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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리뷰)



 출시전부터 시스템 쇼크와 바이오쇼크의 개발자인 켄 레빈 (Ken Levine) 의 작품으로 큰 기대를 모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Bioshock Infinite) 는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3 년 최고의 게임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메타크릭 점수도 93-94 점대의 후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바이오쇼크 1 편에 비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특징인 사회 문제와 이념을 게임 스토리와 융합시켜 게이머에게 한번 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구성은 바이오쇼크 시리즈가 아니라면 좀처럼 보기 힘든 부분이라 더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대개 즐기려고 하는 게임에 이런 묵직한 내용을 포함시켜서 더 재미있는 플레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웬만한 제작자가 아니라면 하기 힘든 모험입니다. 바이오쇼크의 제작사인 Irrational Games 와 켄 레빈은 이를 멋지게 구현했습니다. 오늘은 여기에 대한 리뷰입니다. 


(아래 리뷰는 일부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스크린샷은 직접 찍은 것이고 리뷰는 PC 로 진행했습니다.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와 배경에 대해서는 위키를 참조했습니다.





 제작자인 켄 레빈은 실제 20 세기 초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상을 게임속으로 가져왔습니다. 20 세기 초반 빠른 사업화의 결과로 신흥 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에서는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 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이 사상은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저서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미래에 세계의 운명을 떠안을 예외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 한데서 유래했으며 미국이 다른 국가와 특별한 나라로 자유/인권/민주주의 증진의 소명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상입니다. 이는 민주국가가 예외에 속하던 19세기에는 그럴 듯한 사상이었으나 그 내면에 미국 우월주의를 깔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20 세기 초반의 미국에서는 이미 미국에 뿌리를 내린지 오래된 순혈 백인에 의한 토착주의 (Nativism - 추가적인 이민을 반대하고 나라안에서 태어난 토착 인종에 의한 우월권을 주장) 과 인종 우월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사실 후자는 당시 서구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상이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상을 바탕에 깔고 컴스탁 (Zachary Hale Comstock ) 은 백인 우월주의, 토착주의, 미국 예외주의, 그리고 기타의 기독교 선민 사상을 가진 자신의 추종자를 데리고 공중 도시 콜럼비아를 건설해 공중 어딘가에 순혈 백인들에 의한 유토피아를 건설합니다. 따라서 게임 초반에는 백인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낙원 콜럼비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들은 위대한 예언자 컴스탁의 계시를 따르며 미 연방 정부의 간섭을 벗어나 자신들의 낙원을 건설했는데 이들이 건설한 낙원의 진실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밝혀지게 됩니다. 그것은 사실 노예 노동에 기반한 신분제 계급사회였고 컴스탁 1 인 독재 국가였습니다. 




 
     
 (평화로운 천상의 낙원 콜롬비아. 예언자 컴스탁은 지상의 타락한 인간 사회에서 이들을 구원해 천국으로 이끌 선지자로 묘사됨 ) 


 주인공 부커 드윗 (Booker DeWitt. 배우 Troy Baker 연기) 은 과거 핑커톤 국립 탐정 사무소 (Pinkerton National Detective Agency) 의 요원이었고 더 과거에는 제 7 기병 연대 (7th Cavalry Regiment) 의 군인으로 운디드 니 전투 (Battle of Wounded Knee - 1890 년에 실제 있었던 전투로 인디언과 미군과의 마지막 전투였음. 전투 직후에 전투요원이 아닌 인디언 민간을 학살했던 사건. 실제 제 7 기병 연대가 참전) 으로 전투에서 잔인한 역할을 떠맡았던 과거가 있습니다. 과거 전투에서의 기억으로 인해 그는 술과 도박에 빠져들 게 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던 그에게 '여자아이를 데려오면 빚을 탕감해 주겠다' 는 의뢰가 들어옵니다. 그가 구해야할 여자는 엘리자베스 (Elizabeth / Courtnee Draper 역) 로 대부분의 인생을 콜럼비아에서 잡혀 지냈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대략 이런 배경에서 시작되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자세한 시나리오는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들뿐 아니라 사실 리뷰에서 모든 시나리오를 설명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대사가 많기는 하지만 유저 한글 패치도 나와있고 정품 유저라면 대사집도 동봉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이해하기는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글자 그대로 리뷰를 진행합니다. 


 - 공중 도시 콜럼비아













 

 게임에서 공중 도시 콜럼비아 (켄 레빈에 의하면 콜럼비아는 미국의 여성형 의인화 female personification of the United States 이라고 함 ) 의 묘사는 대단히 뛰어난 편입니다. 전작인 바이오쇼크에서 바다속 도시 랩처를 구현한 제작자인 켄 레빈과 Irrational games 의 개발자들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데 매우 뛰어난 재능이 있습니다. 매번 어디서 본듯한 맵과 비슷한 퀘스트를 남발하는 그저그런 온라인 게임들 (하지만 이것도 직접 만들려면 엄청나게 힘든 일이 되겠죠) 과는 달리 완전히 창조적인 배경과 맵, 설정, 그리고 아름다운 공중 도시 콜럼비아의 모습은 잠시간 유저의 넋을 나가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래픽적인 측면은 언리얼 엔진 3 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이상은 당연히 보장되지만 사실 언리얼 엔진 3 라는 그래픽 엔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는 점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 초반에 보이는 낙원 콜럼비아의 모습 게이머의 동선을 따라 펼쳐진 별세계의 모습이며 처음 이 도시를 계획했던 사람의 이상이 어떤 것인지를 뇌리에 각인시키는 데 충분합니다. 





(런칭 트레일러) 


 또 부수적으로 바다 밑 도시 랩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넓고 광활한 3차원적 필드를 제공하므로써 게이머에게 더 자유로운 플레이를 보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플레이 자체는 자유도가 높지는 않으며 일직선으로 진행됩니다.


 전작인 바이오쇼크 1/2 와 마찬가지로 (바이오쇼크 2 편은 켄 레빈의 작품은 아니지만) 게임 곳곳에 보이는 수많은 포스트들과 광고들은 게임의 스토리와 배경을 설명해주는 도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짧은 음악과 영상으로 이뤄진 Kinetoscope 는 게임의 배경을 설명해 주는 보조적인 도구입니다. 







 (한가지 스포일러라면 AD 는 Anna DeWitt 의 약자임 )
   
 
 앞서 콜럼비아가 미국의 여성 의인화라고 설명했는데 사실 켄 레빈은 게임이 릴리즈되기 수개월 전까지도 그 사실을 숨겼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게임에서 핵심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의 영감을 준 배경 중 하나는 1893 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로 여기에는 미국 예외주의 사상이 팽배했다고 합니다. 실제 게임 스토리에서도 이 박람회에 나타났던 콜럼비아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묘사됩니다. 과거 시카고 박람회에서도 여신상이 있어서 게임에서 등장한 여신상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1893 년 시카고 박람회 사진 Court of Honor and Grand Basin of the 1893 World's Columbian Exposition (Chicago, Illinois) ) 

 요컨데 콜럼비아는 사실 19 세기 말에서 20 세기초 백인 우월주의와 순혈주의가 지배하는 미국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항해서 노동자와 유색인종 계급을 이끄는 데이지 피츠로이 Daisy Fitzroy (Kimberly Brooks 역 )와 민중의 소리 (Vox Populi) 의 갈등이 이 게임의 주된 내용 중 하나가 됩니다.  



 - 스토리 


 이 게임에서 스토리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스토리는 게임 진행 및 배경, 그리고 전투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며 주인공 부커 드윗과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백인 순혈주의자인 컴스탁과 그 추종자 vs 민중의 소리간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힘겹게 고된 노동을 하는 흑인 노동자들과 반기를 든 민중의 소리) 


 이 스토리 라인은 바이오쇼크 1 편에서 보여준 아틀라스와 앤드류 라이언과의 갈등과 비슷해 보입니다. 한쪽이 극단적인 자유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사회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켄 레빈은 어느쪽으로도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둘다 악한 인간의 본성과 잔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솔직히 역사를 돌이켜 보면 켄 레빈의 의견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사상의 차이를 뛰어넘어 공통적인 인간의 섬뜩하고 잔인한 본성은 이 게임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동의하고 말고는 게이머의 자유지만 게임의 시나리오나 배경에 전혀 어긋나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버무릴 수 있다는 점은 그저 감탄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영화나 소설들을 보면 본래 시나리오와 전혀 뜬금없이 이념이야기를 끼어 넣어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게임은 정말 분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잘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 게임이 영화나 문학처럼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사실상 결말은 정해져 있어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다른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는 점은 약간 아쉽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드러나는 어두운 진실은 컴스탁 추종자들이 사실은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사실입니다. Protecting our race 는 그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구호입니다) 


 컴스탁의 추종자들과 민중의 소리의 갈등이 시나리오의 중요한 축이라면 엘리자베스, 그리고 부커의 과거는 또 다른 중요한 스토리 라인 중 하나입니다. 이 부분은 중요한 스포일러라 생략하지만 아무튼 이들의 정체는 약간 충격과 공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토리상 반전이기는 하지만 마무리 부분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에 비해서 다소 모자란 느낌입니다. 마무리만 좋았다면 이 작품은 바이오쇼크 1 편을 넘어서는 명작이 되었을 텐데 아쉬운 느낌이지만 이만한 게임을 플레이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 큰 불만을 품어서는 안될 일이겠죠. 






 
(엘리자베스를 비롯 배우들의 연기는 수준급이라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 


 한편 게임에 등장하는 로버트와 로잘린 루테스 Robert (Oliver Vaquer 역) and Rosalind Lutece (Jennifer Hale 역) 는 처음에는 감초같은 존재로 등장하다 후반부에는 게임의 스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만담 커플인지 알았는데 단순히 그런것이 아니라 다 의미와 복선이 깔려 있었던 것이죠. 


  


- 전투 시스템 


 전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바이오쇼크와 비슷합니다. 즉 무기를 이용한 물리 공격과 더불어 활력 (Vigor) 라는 플라스미드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하나는 무기고 다른 하나는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봐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전반적인 전투 시스템은 괜찮은 편이며 적들의 인공지능은 중간 정도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전작에서 보여준 것이고 탄약을 구매하거나 혹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부분들도 비슷합니다. 전작과의 차이점은 바로 스카이라인으로 도시안에 건설된 레일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보다 입체적인 전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전투는 바이오쇼크 1 편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투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엘리자베스의 역할로 그냥 보호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전투에 없어서는 안될 조력자입니다. 활력과 탄약, 혹은 체력이 떨어지면 이를 보충해주기도 하고 부커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심폐소생술도 해줍니다. 아이템을 발견하거나 동전을 주워 부커에게 주기도 하는 등 기존의 게임 히로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자물쇠 따는 실력은 예술로써 그녀가 한번 손대기만 하면 세상의 모든 자물쇠는 힘을 잃고 풀리고 마는 마성의 여자입니다. 


 - 총평


 게임에 대한 평가는 95 점 이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2013 년 나온 게임 중 가장 뛰어난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역시 켄 레빈과 그의 동료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이 인기와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바이오쇼크 프랜차이즈는 앞으로도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으면서 시리즈가 계속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간에도 언급했지만 제작자들은 게임에서 버무리기 어려운 난해한 주제들을 잘 융합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작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 이 게임의 전체적인 주제 의식은 멋진 배경과 스토리에 비해 확실치 않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습니다. 극단주의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인종 우월주의와 미국 예외주의 등 20 세기 초반 미국 백인 사회와 지배계급을 장악한 이념들에 대해서 매우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맞선 민중의 소리를 항상 긍정적으로 평가하느냐면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단순히 주제가 인종주의나 특정 교단의 교리만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극단적 종파주의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민중의 소리는 항상 영웅으로 묘사했을 것입니다. 물론 민중의 소리가 컴스탁의 추종자들에 비해서는 덜 비판적으로 묘사되는 점은 사실이지만 주인공이 이들의 편에서 싸우는 내용은 아니며 데이지 피츠로이도 잔인성에서는 만만치 않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념이나 생각이 극단에 이르면 본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본질은 사라지고 사상에 동조하거나 부합되는 사람은 동지고 아니면 모두가 이단이거나 적이거나 반동이 되어 제거해야할 대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마도 이 게임에서 말하고 했던 것은 한가지 사상만 옳고 한사람만 추종하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경고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이런 복잡한 사상적 배경을 생각하지 않고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여러분이 FPS 게임을 즐긴다면 빼놓을 수 없는 수작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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