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증세 없는 (?) 증세안 발표 - 비과세 감면 제도 정비로 실질적 증세 계획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지만 지난 2013 년 6월 26 일 조세연구원이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 공청회를 열고 비과세 및 감면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세수를 늘리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기획 재정부는 관계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청취한 후 정부안을 확정해 8월 세제 개편안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이 안이 발표되면서 여기저기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말이 복잡하지만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면 세금 더 걷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기업 / 봉급 생활자에 증세가 집중 되는 점 때문에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이날 나온 한국 조세 연구원의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 에 의하면 본래 과세 대상에서 감면해주는 세금의 총액은 2009 년 31.1 조원으로 점정을 찍은 후 매년 조금씩 감소 2012 년 잠점치는 29.7 조원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주요 분야별로는 

 투자 : 8.7%
 연구 개발 : 9.4%
 근로자 (소득공제) : 31%
 농림어업 : 17.6%
 중소기업 : 14.6%
 기타 18.7%

  으로 나타났고 연간으로는 



  
(단위 : 조원, 출처 :  한국 조세연구원 자료를 토대로 직접 작성 ) 

 입니다. 2009 년 15.8% 까지 올라갔던 국세 감면율이 2012 년에는 12.8% 까지 감소한 이유는 소득 공제에 따른 국세 감면액 산출 방법 변경에 주로 기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세금을 더 거두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획 재정부와 관계부처 합동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 (공약 가계부)' 에서는 2012 년 1.2 조원 (2012 년 소득 분을 2013 년에 신고 납부함) 정도 국세 감면을 줄이는 것을 시작 2015 년 까지 총 5.7 조원의 비과세 감면 제도 정비를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이 안은 현재까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계획인데 - 실제 확정을 위해서는 많은 절차가 남아 있음 - 아무튼 이를 통해 2017 년까지 대략 17 조 9919 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둔다는 계획입니다. 이유는 물론 향후 복지 지출 증가에 대비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과세 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앞으로 소득 공제 해주던 걸 줄여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이야기인데 일부 안들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조세 저항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만만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인 소득 공제가 첫번째 타겟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일단 소득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유리 지갑이고 세금을 더 거둬가도 조직적인 저항이 힘들기 때문 ) 


 현재 초기 정부안은 근로자의 보험료/의료비/교육비/기부금 소득 공제  (특별 공제) 부분을 통합, 소득 공제 항목을 단순 명료하게 바꾸면서 세액 공제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또 추가 공제 (부녀자 공제, 자녀양육비 공제, 다자녀 공제, 출생 입양 공제) 역시 세액 공제로 전환됩니다. 현행 소득 공제는 총 급여에서 소득 공제액을 빼고 과세 표준액을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새로 바뀔 예정인 세액 공제는 일단 총 급여를 과세 표준액으로 잡은 후 산출 세금에서 일정액을 감면해주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과세 표준상 소득 8800 만원 이상 근로자의 실질  세부담을 늘림과 동시에 그전에는 연 소득 8800 만원으로 잡히지 않던 사람도 여기에 포함시켜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억대 연봉자의 세부담 증대만으로는 증세 목표에 충분치 않기 때문에 그 다음 24% 세율을 적용받는 4600 - 8800 만원 연 소득 구간의 실질 세율도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급여가 5000 만원인 사람이 공제를 1000 만원 정도 받으면 4000 만원 정도 되는 소득에 대해서 과세를 해서 1200 만원 - 4600 만원 세율인 15% 를 적용받지만 이 방식으로 하면 4600 - 8800 만원 세율인 24% 로 적용을 받은 후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 


 주로는 고소득 봉급 생활자를 타겟으로 한 방식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중위 소득 봉급 생활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근로자에 대한 소득 공제가  국세 감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커서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는 세금을 더 거두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구간에서 공제를 받아왔던 봉급 생활자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조세 저항을 고려 매년 조금씩 세금을 더 내도록 소득 공제를 줄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게 하면 보통 1 인당 1 년간 몇만원 - 몇십만원 세금을 더내기 때문에 체감으로 느끼는 증세는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 고액 봉급 생활자는 한해에도 수백만원 이상의 증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일단 하위 소득자에 대해서는 - 지금도 세부담이 적기는 하지만 - 세율을 더 늘리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현재 근로 소득세의 경우 국세청이 공개한  '2011 년 국세 통계 연보 및 2012 년 국정 감사 자료' 에 의하면 2011 년 신고 (2010 년 소득분) 기준 상위 10% 근로자가 부담한 세액은 68.1% 이었고 상위 20% 가 부담한 금액은 84.4% 입니다. 즉 상위 20% 정도에 해당하는 연봉 6000 만원 이상 근로자가 근로 소득세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비율이 더 올라가 상위 20% 가 거의 90% 정도를 부담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증세의 대부분이 고소득층, 적어도 중상위 층 이상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여기에도 반발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면 대상이 단순히 고소득자가 아니라 '봉급 생활자' 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소득 파악이 되는 샐러리맨 중심으로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이야기인데 자영업자에 비해 조세에서 불이익을 겪을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형평성 문제가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중소 기업등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등도 논란이 될 만하지만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중/고소득 직장인 과세 강화와 더불어 신용 카드 공제 폐지 계획입니다. 조세 연구원에 의하면 이제 신용카드가 정착 단계라 과거 지하 경제 양성화를 위해 해줬던 신용 카드 공제는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용 카드 공제가 폐지되면 다시 지하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하 경제 양성화로 소득 공제 축소 이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장담하는 정부 기조와는 반대라는 것이죠.


 실제로 신용카드 공제가 되지 않는다면 주로 혜택을 본 중위 소득 봉급 생활자의 경우 일부 금액 할인 받고 그냥 현찰로 거래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하 경제 규모는 더 커지게 될 가능성이 있겠죠. 


 한편 개인만 아니라 기업계도 이 안에 대해서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대기업 중심으로 세금을 더 거두려는 방안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환경 보전, 에너지 절약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현행 10% 에서 대기업 3%, 중소 기업 7% 로 줄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경련등 재계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안은 아직 확정된 정부안이 아니지만 아무튼 여기저기서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사실 증세라는 측면 보다는 세수 결손을 막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언급했듯이 경기 침체로 말미암아 세금이 이전에 비해 잘 걷히지 않고 있어서 증세를 한다고 해도 세수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다소 버거운 실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정부의 호언 장담 처럼 '증세 없이' 세금을 대폭 더 거둬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 반발이 있더라도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 조정을 통해 실질적인 증세를 이뤄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정부가 '증세는 없다' 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참고로 현행 법인세와 근로 소득세의 대부분은 대기업 (상위 1% 가 86%), 고액 연봉자 (상위 20% 가 84.4%) 이 부담하고 있으며 현재 정부안 역시 대기업, 고액 연봉자를 집중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의 내용과는 별 관계없는 정치적인 댓글의 경우는 그냥 삭제하거나 반복해서 올리는 경우 차단합니다. 글의 주제는 증세안에 대한 정보 공유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