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보도 자료를 내고 향후 자사의 GPU 기술을 라이센스를 내고 타사에서 쓸 수 있게 개방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즉 ARM 의 Mali 시리즈나 혹은 Imagination Technologies 의 PowerVR 처럼 GPU 코어를 라이센스를 받고 다른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엔비디아가 이런 사업 모델을 개척하는 이유는 시장의 변화와 관계가 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PC 그래픽 시장은 PC 시장이 축소되면서 점차 매출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AMD 의 APU 나 인텔의 새로운 프로세서들의 내장 GPU 성능이 해마다 개선되어 엔비디아의 가장 전통적 사업부분인 독립 그래픽 카드 시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그래픽 카드 사업은 결국 지금의 사운드 카드 처럼 고성능 게이밍을 위한 시장으로 축소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엔비디아는 이런 시장의 변화에 이미 어느 정도 대응이 된 상태입니다. 미래에도 수요가 증가할 전문가용 그래픽 시장을 위한 쿼드로 제품군과 점차 그 쓰임새가 증가하는 GPGPU 를 활용한 HPC 및 슈퍼 컴퓨팅 시장을 위한 테슬라 제품군, 그리고 모바일 시장 공략을 위한 테그라 제품군이 그것입니다. 즉 일반 PC 사용자를 위한 게이밍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제품군에만 매달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그 기반이 AMD 보다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HPC 시장에서는 인텔의 제온 파이 (Xeon Phi), 모바일 시장에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및 삼성의 엑시노스 등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의 성장과 PC 부분의 축소, 그리고 PC 산업 자체에서 독립 그래픽 카드의 사양세등은 엔비디아로 하여금 새로운 사업 부분에 뛰어들게 만든 배경이라고 데이비드 새넌 엔비디아 고문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습니다.
즉 점차 모바일 기기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여기에 자사의 GPU 를 라이센스해서 생산하게 하는 사업 방식을 추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본래의 테그라 제품군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지 궁금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런 GPU 기술 라이센스 사업은 결코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미 2006 년에 발표된 소니의 PS3 에도 GPU 기술을 라이센스 방식으로 공급한 바 있고 2011 년에는 인텔과의 크로스 라이센싱으로 1 년의 2.5 억 달러라는 매우 짭짤한 규모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라이센스 사업도 잘만 하면 큰 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뛰어들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이미 이 분야에는 PowerVR 이 강력한 경쟁자로 군림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뜻대로만 될지는 미지수 입니다.
사실 PowerVR 은 과거 카이로 (Kyro) 라는 타일 랜더링 기반 그래픽 카드를 시장에 내놓은 역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지포스 2 MX 의 아성앞에 결국 시장에서 퇴출된 비운의 그래픽 카드였습니다. 그 후계자인 PowerVR 의 SGX 제품군들은 현재 아이러니 하게도 엔비디아가 진출하고자 하는 모바일 GPU 라이센스 부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A 시리즈나 삼성의 엑시노스 옥타가 이 GPU 를 사용하고 있죠. 또 ATI 로 부터 모바일 그래픽 부분을 인수한 퀄컴은 현재 이 기술을 이용해서 스냅드래곤으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데스크탑 시장에서는 PowerVR 을 압도했고 라데온과는 최소한 대등한 싸움을 해오긴 했지만 현재 모바일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엔비디아의 의도는 그럴 듯 하지만 과연 뜻대로 될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독점은 해롭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모바일 GPU 시장 진출은 환영할 만한 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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