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nning electron micrograph of an E. coli colony. Photo courtesy CDC/Janice Haney Carr.)
앞서 여러 차례 소개한 것처럼 항생제 내성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하지만, 항생제 내성균이 확산하면서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자꾸 줄어드는 문제는 점점 감염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구 고령화와 면역이 약한 만성 질환자, 면역 억제제 복용 인구의 증가로 인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도 집중되고 있습니다. 제자백가식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베일러 의과 대학 (Baylor College of Medicine)의 수잔 로젠버그 (Susan M. Rosenberg)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역발상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대장균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시프로플록사신 (ciprofloxacin)에 대한 내성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병원성 대장균 역시 다른 세균과 마찬가지로 항생제 내성을 키워나가면서 이제는 일차 처방 약물인 시프로플록사신에 대한 내성을 지닌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항생제 내성의 주된 기전은 다른 세균에서 내성 발현에 필요한 유전자를 전달 받는 것과 자체적인 돌연변이를 통해 획득하는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잘 생기는 것 덕분에 촉진됩니다. 연구팀은 국소 소독약에 사용되는 약물인 dequalinium chloride (DEQ)이 시프로플록사신에 의한 스트레스 유도 DNA 돌연변이 (ciprofloxacin-induced (stress-induced) mutagenic DNA) 손상 복구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역발상이지만, DNA 손상 복구를 돕는다면 오히려 항생제 내성 진화 속도를 늦춰 항생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실험실 및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DEQ와 시프로플록사신의 병합 요법은 내성균 발현을 늦추고 대장균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DEQ와 시프로플록사신 모두 승인 받은 약물이기 때문에 쉽게 임상 시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람에서도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역발상 아이디어가 성공한 사례로 뽑힐 만한아이디어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deq-bacteria-resistant-arms-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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