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iScience/Schausberger et al)
많은 동물에서 짝짓기는 목숨을 걸고 하는 일생일대의 주요 과제입니다. 특히 직접 새끼나 알을 낳는 암컷과 달리 수컷은 짝짓기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기이한 형태로 진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잎에 붙어 사는 작은 절지동물인 잎응애 (spider mite) 수컷은 생김새는 기이하지 않지만, 하는 행동이 매우 독특한 경우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페터 샤우스베르거 (Peter Schausberger from the University of Vienna, Austria)가 이끄는 연구팀은 잎응애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아직 다 성숙하지 않은 암컷의 주변을 지킬 뿐 아니라 허물을 벗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먼저 짝짓기 하는 수컷의 후손이 알을 수정시킬 가능성이 제일 높은 만큼 수컷들은 최대한 많은 암컷을 노릴 뿐 아니라 가장 먼저 짝짓기할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암컷 앞에 자리 잡고 기다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잎응애 수컷은 이 시간마저 단축하기 위해 아직 다 성숙하지 않은 암컷 앞에 있다가 성숙을 위해 허물을 벗으면 달라 붙어 허물을 더 빨리 벗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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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탈피를 하는 과정은 undress라고 하기 때문에 마치 신혼 첫날밤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사실 옷이 아니라 외골격을 벗기는 과정이고 아래엔 아직 딱딱하게 굳지 않은 새로운 외골격이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암컷이 다쳐서 알을 낳지 못하게 되면 헛수고만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잎응애 수컷은 조심스럽게 뒷부분을 중점적으로 제거해 빠르게 짝짓기만 하고 사라집니다.
성선택을 통해 생물들은 온갖 기이한 형태와 행동을 진화시켰습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게 잎에서 살아가는 작은 절지동물도 전혀 예상하기 못했던 독특한 행동을 진화시켰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7-spider-mite-males-maturing-females.html
Peter Schausberger, Spider mite males undress females to secure the first mating, iScience (2023). DOI: 10.1016/j.isci.2023.107112. www.cell.com/iscience/fulltext … 2589-0042(23)01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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