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ld on the rind of Bayley Hazen Blue cheese: the original green and the evolved white several years later. Credit: Benjamin Wolfe)
과학자들이 생물체의 진화를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터프트 대학의 벤자민 울페 교수 (Benjamin Wolfe, an associate professor biology at Tufts University) 연구팀은 베일리 헤이즌 블루 (Bayley Hazen Blue)로 알려진 버몬트 치즈의 곰팡이를 연구했습니다.
이 치즈는 발효를 시키는 과정에서 페니실리움 솔리툼 (Penicillium solitum) 곰팡이에 의해 색깔이 파란색보다는 녹색으로 변합니다. 연구팀은 2016년 재스퍼 힐 농장 (Jasper Hill Farm) 에서 페니실리움 곰팡이 샘플을 채취해 이를 연구실에서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곰팡이 샘플을 확인해보니 색깔이 흰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확인하던 중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결과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흰색 페니실리움 곰팡이는 멜라닌 색소를 생산하는 alb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멜라닌 색소를 만들지 못해 흰색으로 변한 것이었습니다.
본래 야생 곰팡이는 해로운 자외선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처럼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녹색에서 파란색으로 보이지만, 계속해서 햇빛이 없는 환경에서는 값비싼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생존에 불리한 조건이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긴 돌연변이는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해서 후손을 좀 더 많이 퍼트릴 수 있고 결국 본래 있던 곰팡이를 대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환경 위협이 없어지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는 relaxed selection의 사례입니다.
보통 치즈를 숙성하기 위해 어두운 동굴이나 창고에 두는 것이 보통이지만, 곰팡이가 진화할 정도로 오랜 시간 숙성하진 않기 때문에 몰랐던 사실이 우연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셈입니다.
이 연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시간은 좀 더 오래걸렸지만, 사람에서도 같은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본래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현생 인류는 기본적으로 모두 흑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햇빛이 강하지 않은 지역에서 피부색이 연한 백인과 아시아인으로 진화했습니다. 생각치도 못한 곰팡이도 마찬가지란 사실이 놀랍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흰색 변종 곰팡이는 색상만 다른 것이 아니라 맛도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맛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치즈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과연 맛이 어떻게 차이나는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iology/cheese-cave-fungi-evolution/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abstract/S0960-9822(25)01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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