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역사상 가장 큰 날짐승 케찰코아틀루스는 사실 왜가리처럼 사냥했다


 

(Quetzalcoatlus northropi had a wingspan of around 11 metres, which meant it had to jump into the air to take off. Credit: James Kuether)



 백악기 말인 6700만년 전 현재의 텍사스인 북미의 습지대에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날짐승인 케찰코아틀루스 노스로피 (Quetzalcoatlus northropi)가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거대한 익룡으로 날개를 펼치면 폭이 적어도 11m에 달해 경비행기와 견줄 만한 크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크기 때문에 오히려 과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쟁을 낳은 익룡이 케찰코아틀루스와 그 근연종들입니다. 날개폭은 3m 정도인 알바트로스도 이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11m나 되는 케찰코아틀루스는 더 이륙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바닷가 절벽에서 글라이더처럼 뛰어 내리는 복원도가 흔히 제작되었지만, 이는 케찰코아틀루스 화석이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과 배치됩니다. 거대한 부리를 이용해 착륙하지 않고 물고기를 낚는 것 역시 저항을 생각하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척추동물 고생물학 저널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과 PLoS Biology, PLoS ONE은 케찰코아틀루스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들을 종합한 여러 편의 논문을 통해 케찰코아틀루스의 실제 모습의 현재의 왜가리 (heron)와 가장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들은 1975년 발굴된 케찰코아틀루스 노스로피와 이보다 작은 근연종인 케찰코아틀루스 라우소니 (Quetzalcoatlus lawsoni)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당시 거대 익룡의 생태학적 지위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작지만 그래도 날개폭이 4.5m에 달하는 라우소니도 강한 다리 힘으로 지상에서 뛰어 올라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케찰코아틀루스 노스로피도 2.5m나 뛰어올라 날개를 펼쳐 비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몸 구조를 생각하면 비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큰 날개와 가벼운 골격 구조를 지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으며 살고 있던 환경을 감안하면 지상에서 이륙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주로 사람 (?)을 사냥하는 공룡 영화와 달리 이들의 주된 먹이는 물고기나 작은 공룡/도마뱀/양서류 등 작은 먹이었습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목이 가늘어서 큰 먹이는 통채로 삼키기 힘들었고 독수리나 콘돌처럼 갈고리 같은 부리가 없어 시체나 큰 먹이를 뜯어 먹기도 힘들었습니다. 대신 핀셋이나 젓가락 같이 길고 가느다란 부리를 이용해 작은 먹이를 집어 먹는데 유리했습니다. 현생 조류 가운데 왜가리와 가장 유사한 방식입니다. 



 다만 그렇다면 왜 이렇게 몸집이 커졌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몸집이 커질수록 날기가 힘들텐데 이를 극복하고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큰 먹이를 사냥할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다른 큰 천적을 피할 것도 아니라면 과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몇 가지 큰 의문점이 해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더 많은 화석과 연구를 통해 의문점을 풀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Matthew A. Brown et al, Preface,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021). DOI: 10.1080/02724634.2020.1853560

Matthew A. Brown et al, The discovery, local distribution, and curation of the giant azhdarchid pterosaurs from Big Bend National Park,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021). DOI: 10.1080/02724634.2020.1780599


Brian Andres, Phylogenetic systematics of Quetzalcoatlus Lawson 1975 (Pterodactyloidea: Azhdarchoide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021). DOI: 10.1080/02724634.2020.1801703


Brian Andres et al, Morphology and taxonomy of Quetzalcoatlus Lawson 1975 (Pterodactyloidea: Azhdarchoide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021). DOI: 10.1080/02724634.2021.1907587#_i8


Thomas M. Lehman, Habitat of the giant pterosaur Quetzalcoatlus Lawson 1975 (Pterodactyloidea: Azhdarchoidea): a paleoenvironmental reconstruction of the Javelina Formation (Upper Cretaceous) Big Bend National Park, Texas,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021). DOI: 10.1080/02724634.2019.1593184


Mark P. Witton et al, On the Size and Flight Diversity of Giant Pterosaurs, the Use of Birds as Pterosaur Analogues and Comments on Pterosaur Flightlessness, PLoS ONE (2010). DOI: 10.1371/journal.pone.0013982


Nicholas R. Longrich et al, Late Maastrichtian pterosaurs from North Africa and mass extinction of Pterosauria at the Cretaceous-Paleogene boundary, PLOS Biology (2018). DOI: 10.1371/journal.pbio.2001663


Journal information: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 PLoS Biology  , PLoS ONE 


https://phys.org/news/2021-12-largest-ever-animal-giant-heron.html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