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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고래 만큼 거대한 어룡의 진화는 매우 빨리 이뤄졌다



 (A life recreation of C. youngorum stalking the Nevadan oceans of the Late Triassic 246 million years ago. Credit: Stephanie Abramowicz /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The skull of the first giant creature to ever inhabit the Earth, the ichthyosaur Cymbospondylus youngorum, currently on display at the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Credit: Natalja Kent /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Dinosaur Institute volunteer Viji Shook lying next to the skull of Cymbospondylus youngorum for scale, during the preparation of the specimen. Credit: Martin Sander /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An ichthyosaur fossil surrounded by the shells of ammonites, the food source that possibly fueled their growth to huge. Credit: Georg Oleschinski / University of Bonn, Germany.)




(A figure from the text comparing C. youngorum to a modern sperm whale as well as rates of body size evolution over time between ichthyosaurs and cetaceans. The lines trending towards the top indicate larger body sizes whereas those towards the bottom are smaller sizes. Time is displayed as starting from the point of origin of the group until their extinction (for ichthyosaurs) or present (for whales). Credit: Stephanie Abramowicz /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어룡 (ichthyosaurs)은 중생대 바다를 지배했던 거대 해양 파충류로 공룡보다 먼저 진화했고 몸집도 먼저 키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백악기에 이미 쇠퇴해 공룡보다 훨씬 먼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진화해서 이미 트라이아스기 중반에서도 초반인 2억4천만년 전 거대해 졌다는 증거가 발견됐습니다. 



 트라이아스기에 등장한 원시적인 어룡 무리인 킴보스폰딜루스 (Cymbospondylus)는 2억1000천만년 전에서 2억4000만년 전 사이 페름기 멸종 이후 비어 있는 생태계를 차지하면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진화했습니다. 이들의 크기는 현재의 범고래나 중형 고래와 비슷한 6-10m에 달했습니다. 킴보스폰딜루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본 대학 및 로스앤젤리스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의 마틴 샌더 박사 (Dr. Martin Sander, paleontologist at the University of Bonn and Research Associate with the Dinosaur Institute at the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NHM))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바다 주의 화석 언덕 (Fossil Hill)에서 발견된 신종 대형 어룡인 캄보스폰딜루스 용고룸 (Cymbospondylus youngorum)을 보고했습니다. 



 이 C. youngorum은 머리 길이가 사람보다 길고 전체 몸길이는 17m에 달해 역대 가장 큰 캄보스폰딜루스입니다. 더구나 발견된 지층이 2억4700만년 전에서 2억3700만년 전 지층으로 상당히 오래된 지층이라 놀라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가장 앞선 시점으로 해석하면 캄보스톤딜루스 그룹이 첫 어룡이 바다로 진출한 후 불과 300만년 만에 향유고래처럼 거대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거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트라이아스기 초 번성을 누린 암모나이트 같은 새로운 해양 생물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역설적으로 대멸종 이후 생태계가 더 풍부해지면서 더 튼튼한 먹이 사슬이 생긴 것입니다. 실제로 C. youngorum의 화석은 암모나이트 같은 먹이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발견은 어룡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정도로 획기적인 것입니다. 제 책에서는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쇼니사우루스 (Shonisaurus)라는 더 거대한 어룡이 등장했다고 적었지만, C. youngorum 존재를 생각하면 사실은 이미 트라이아스기 중기 이전 원시적인 어룡이 쇼니사우루스 같은 거대한 크기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캄보스폰딜루스는 아직 큰 이빨을 지닌 반면 쇼니사우루스는 이빨이 작거나 없는 편으로 서로 먹이를 잡는 방식이나 생태학적 지위가 서로 달랐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룡과 가장 비슷한 현대 해양 생물은 바로 고래입니다. 하지만 고래도 거대화된 것은 어룡보다 훨씬 이후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또 어룡이 트라이아스기 이후에는 오히려 크기가 줄어든 것 역시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룡 화석 뿐 아니라 당시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2-earth-first-known-giant-big-sperm.html


https://en.wikipedia.org/wiki/Cymbospondylus


P. Martin Sander et al, Early giant reveals faster evolution of large size in ichthyosaurs than in cetaceans, Science (2021). DOI: 10.1126/science.abf5787


Lene Liebe Delsett et al, Early and fast rise of Mesozoic ocean giants, Science (2021). DOI: 10.1126/science.abm3751 ,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m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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