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손 소독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됐습니다. 사실 그 전에도 손 소독제는 널리 쓰이긴 했지만, 의료 기관 밖에서 지금처럼 널리 사용된 적이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세균과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소독제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더 위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흔히 사용하는 소독제 성분 중 하나가 오히려 항생제 내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염화 벤잘코늄 (benzalkonium chloride, BAC)는 소독제나 방부제로 널리 사용되는 화학 물질 중 하나입니다. 맥쿼리 대학의 프란체스카 쇼트 박사와 이안 폴센 교수 (Dr. Francesca Short and Professor Ian Paulsen, from Macquarie University's Department of Molecular Science)는 항생제 내성균 그룹인 ESKAPE (Enterococcus faecium, Staphylococcus aureus, Klebsiella pneumoniae, Acinetobacter baumannii, Pseudomonas aeruginosa, and Enterobacter species)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염화 벤잘코늄이 스트렙토마이신 같은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aminoglycoside) 계열 항생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내성 발현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염화 벤잘코늄이 박테리아에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항생제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 기전입니다. 낮은 농도의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항생제 내성 형질을 후손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위험한 독에 한 번에 노출되면 바로 죽지만, 낮은 농도에서는 내성을 키워 생존이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염화 벤잘코늄 농도가 높다면 세균도 살 수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항상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염화 벤잘코늄은 시간에 지나면서 점점 분해되어 농도가 낮아지는데, 낮은 농도에서는 세균이 죽는 대신 오히려 내성을 키울 수 있어 문제입니다. 염화 벤잘코늄은 반감기가 긴 편이라서 환경에 오랜 시간 잔존하다가 항생제 내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 안약에 소독제를 첨가하는 경우 이런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실제 환경에서 염화 벤잘코늄이 얼마나 항생제 내성을 촉진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소독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은 많은 만큼 내성 촉진 효과가 매우 크다면 얼마든지 대체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소독제, 항생제, 세균의 상호 작용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11-common-disinfectant-superbug-mutation.html
Francesca L Short et al, Benzalkonium chloride antagonises aminoglycoside antibiotics and promotes evolution of resistance, EBioMedicine (2021). DOI: 10.1016/j.ebiom.2021.10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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