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수각류 육식 공룡은 빨리 뛸 수 있었다.



 (In this October 2020 photo provided by Alberto Labrador, a researcher measures a 120 million year-old fossilized dinosaur footprint the in the La Rioja region in northern Spain, while doing research about dinosaur running speeds. Scientists discovered one of the quickest sets of theropod tracks in the world through this research. Credit: Alberto Labrador)



 영화 쥐라기 공원은 작지만 민첩하고 영리한 공룡인 랩터를 등장시켜 그때까지 크고 둔한 도마뱀이었던 공룡의 이미지를 바꾸면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각류 육식 공룡이 얼마나 민첩했고 빨리 달릴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같은 대형 수각류는 빨리 달리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생각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답을 줄 수 있는 증거 중 하나가 바로 공룡 발자국 화석입니다. 과학자들은 발자국 흔적을 통해 이 공룡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걸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해서 항상 달리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공룡이라도 주로는 걸어 다니기 때문에 남는 발자국 화석으로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스페인 라 리오하 대학의 파블로 나바로-로베스 (Pablo Navarro-Lorbés of the University of La Rioja)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페인에서 1억 2000만 년 된 수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조사했습니다. 이 발자국의 주인공은 카르카돈토사우르스(carcharodontosaurid)나 스피노사우루스류 (spinosaurid)로 몸길이 4-5m의 중소형 수각류 공룡이었습니다. 



 분석 결과 이 발자국의 주인공은 시속 45km 정도의 속도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유타와 텍사스에서 발견된 다른 공룡 달리기 발자국 흔적에서 추정된 시속 48km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물론 이 속도가 공룡이 달릴 수 있는 최대 속도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 치타도 사실 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10초 내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사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공룡이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랩터 크기의 수각류 육식 공룡은 (이 공룡 발자국의 주인공이 비슷한 크기) 사람 정도는 쉽게 따라 잡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공룡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룡의 생활 범위나 사냥법, 대사 능력 등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치타처럼 빨리 달릴 수 있는 공룡이 있었는지 아니면 치타가 역사상 가장 빠른 육상동물인지도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2-footprints-two-legged-dinosaurs-agile.html



Pablo Navarro-Lorbés et al, Fast-running theropods tracks from the Early Cretaceous of La Rioja, Spain, Scientific Reports (2021). DOI: 10.1038/s41598-021-02557-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근육 떨림을 막는 전자 임플란트

  (Three of the muscle-stimulating implanted electrodes – these ones are attached to silicone tubes which were used to more easily extract them from test subjects' bodies once the study was completed. Credit: Fraunhofer IBMT) ​ (A diagram of the system. Credit: Equinor Open Data License) ​ ​ ​ 근육이 자기 의지와 관계 없이 갑자기 수축하거나 떨림 (tremor, 진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현재까지는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치료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국립 연구 위원회(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가 이끄는 독일, 아이슬란드, 영국, 미국 의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 ​ 이 연구는 국제 과학 컨소시엄인 EXTEND 프로젝트의 일부로 신체에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전극을 넣어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 방법은 간단합니다. 생체 적합 물질로 만든 길이 3cm, 지름 1mm 크기의 백금-이리듐/실리콘 (platinum-iridium/silicone) 임플란트를 근육 속에 넣습니다. 각 임플란트엔 센서와 액추에이터 역할을 할 두 개의 전극이 있습니다. 외부에 있는 전극은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도 합니다. ​ ​ 이 임플란트는 근육의 떨림이나 이상 동작을 파악하면 신호를 보내 움직임을 멈추게 합니다. 초기 임상 실험 결과는 1-2시간 정도 작동으로도 더 긴 시간동안 떨림 증상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게 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 이르지만, 먼가 사이버펑크의 세계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전자 임플란트 같습니다. ​ ​ 참고 ​ ​ https://newatlas.com/health-w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