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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병 바이러스를 이용한 췌장암 치료



(수족구병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The FBI Laboratory 2007 Report http://www.fbi.gov/hq/lab/lab2007/labannual07.htm)


 구제역은 인간보다는 소, 돼지, 낙타, 사슴 등 발굽이 두 개인 포유류 (유제류)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병입니다. 사실 구제역을 일으키는 구제역 바이러스 (Foot-and-mouth disease virus (FMDV)) 자체는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인수 공통 감염병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뿐입니다. ( https://blog.naver.com/jjy0501/100123540023 참조) 대신 사람이 가축에게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 구제역 방역에서 사람이 통제되는 것이죠. 그런데 일부러 이 바이러스를 사람에서 감염시켜 췌장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극도로 낮은 치명적인 암이지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주변의 중요한 장기와 혈관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완전 절제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효과적인 항암제도 별로 없습니다. 영국 런던의 퀸 메리 대학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의 연구팀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췌장암세포 표면에 흔한 alpha-v-beta-6 (avβ6) 단백질에 결합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존 마셜 (Professor John Marshall)에 의하면 이 단백질은 췌장암세포의 84%에 존재합니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 단백질을 항암제인 tesirine를 전달하는 운반체로 삼아 테스트했습니다. 결합 단백질을 지닌 세포와 아닌 세포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avβ6가 있는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는 주 3회 투여를 통해 암세포 성장이 멈추는 것을 확인했고 용량을 늘려 주 2회 투여한 경우 암세포가 죽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당장에 임상에 적용될 수준의 연구는 아니지만, 이렇게 표적 치료제를 개발해 인체의 다른 정상 세포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항체 형태의 표적 치료제는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희망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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