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소형 모듈형 원자로 NuScale - 원자력의 대안 될까?



(A diagram of a NuScale small modular reactor (SMR). Credit: NuScale)


 원자력은 온실 가스를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에너지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자원 비용 변화에 민감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고 발생시 매우 큰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처리가 곤란한 핵폐기물 문제와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폐쇄하는 폐로 작업 역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합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원자력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유럽 선진국은 원자력 자체를 퇴출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아마도 미래 원자력이 살아남는다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없앨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나 혹은 아예 핵융합처럼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표적으로 기존의 원자로와 원리는 비슷하지만 원자로를 소형 모듈화 (SMRs, small modular reactors) 시킨 원자로와 토륨 원자로처럼 핵연료 자체를 변경한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가 연구 중에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소형 모듈 원자로의 일종인 누스케일 (NuScale)입니다. 


 누스케일은 2000년대 초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오리건 주립대학 및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 등이 개발한 원자로로 기존의 경수로와 비슷한 원리를 사용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더 안전한 원자로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자로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밀폐 압력 용기가 아니라 각각의 우라늄 235 4.95% 핵연료가 지름 2.7m 높이 20m 정도의 밀폐 용기에 나눠서 담겨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소형 모듈화를 시키면 문제가 생긴 모듈만 수리하거나 제거하면 되므로 원자로 노심 전체가 녹는 멜트 다운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각각의 모듈은 50MW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으며 지하에 있는 거대 수조 안에 담아서 보존하므로 지진 같은 외부 충격에 강하다고 합니다. 여기에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원자로 자체에 냉각수를 순환시키기 위한 독립된 펌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스케일은 핵연료에 의해 뜨거워진 1차 냉각제가 물을 끓이면 2차 냉각제 역할을 하는 물이 증발해 이 증기를 이용해서 발전을 하는 방식입니다. 1차 냉각제는 열에 의한 자연 대류 및 전도, 그리고 중력을 이용해서 열을 전달하는데, 초기 버전에서는 물을 사용하는 경수로가 될 예정입니다. 펌프의 도움없이 작동하는 디자인 때문에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도 1차 냉각제가 멈추지 않고 작동합니다. 


 이것은 이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 냉각제 펌프 작동 이상 등이 멜트 다운의 원인 중 하나가 된 점을 생각할 때 진보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펌프 등 복잡한 부품이 필요없으므로 고장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쉽게 말해 컴퓨터 쿨러 등에 사용되는 히트 파이프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그 자체로는 고장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부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듈형 설계의 또 다른 장점은 비상 냉각입니다. 1차 냉각제는 앞서 설명한 대로지만 만약 사고가 나서 2차 냉각제인 물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모듈을 담아둔 수조가 2차 냉각수의 역할을 할 수 있게 고안되어 있습니다. 


 누스케일의 모듈형 원자로의 설비 단가는 kW당 5,078 달러로 기존의 원자로의 5,945달러와 거의 비슷합니다. 누스케일 디자인은 2013년 에너지부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의 승자가 된 이후 2억 2600만 달러의 연방 자금을 5년간 지원받고 있으며 현재 민간 자금도 끌어모으는 중입니다. 따라서 실제 상업 발전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태입니다. 예상 시기는 2025년 정도입니다. 


 이 새로운 원자로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 흐름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원전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나라들에게는 참고할 만한 대안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원자력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더 안전하게 사용할 대안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