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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9500만년 전의 연조직 화석



(A thin section of the rib of the 195 million year old dinosaur Lufengosaurus, cut along the length of the rib showing a vascular canal with dark hematite particles. These were probably derived from the iron rich blood cells of the living dinosaur, and would have provided the internal environment for the preservation of collagen. Lacunae, where adult bone cells would reside, are also preserved with dark hematite particles inside them. Credit: Robert Reisz)

(Close up of oblique cut of rib of 195 Million year old Lufengosaurus, showing how the bone was organized around vascular canals that contained blood vessels in the living dinosaur, and ran along the length of the rib. Some of the vascular canals are partially filled by dark hematite particles, likely derived from the blood of the dinosaur, and would have helped preserve the proteins within these canals. Small dark areas within the bone, around the vascular canals are lacunae, or spaces where the adult bone cells would have lived in the dinosaur. Credit: Robert Reisz)


 보통 화석으로 남는 것은 뼈 같이 단단한 부위입니다. 사실 그것도 완전히 남는 경우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종종 부드러운 조직의 흔적이 미세 구조까지 간직한 채 영겁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화석화 과정을 거치면서 미네랄화가 진행되었지만, 일부 아미노산 같은 분자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공룡의 갈비뼈 화석에서 1억 9500만 년전의 연부 조직 (soft tissue)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 화석의 주인공은 긴 목을 지닌 초식 공룡 루펜고사우루스 (Lufengosaurus) 입니다. 쥐라기 초기 공룡으로 대략 8m 정도 되는 몸길이를 가진 유수한 초식 공룡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타이완 국립 방사광 연구소의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서 이 갈비뼈 화석의 단면에서 콜라겐 분자의 흔적과 더불어 연골과 뼈조직의 미세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미세 구조 안에는 놀랍게도 혈관은 물론 적혈구의 흔적까지 남아있었습니다. (위의 사진 중 아래) 


 보통 이런 미세 혈관 구조는 죽은 후 빠르게 분해되어 화석화될 기회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석화된 미세 혈관과 주변 조직은 공룡이 현재의 생물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고대 동물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미세 구조 화석은 극도로 좋은 상태에서 보존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세 구조를 연구하는 수단의 발전에도 힘입은 바가 큽니다. 앞으로도 최신 기술이 동원되어 화석의 미세구조를 밝혀간다면 과거를 살았던 생물의 진화와 생태를 알아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Yao-Chang Lee et al. Evidence of preserved collagen in an Early Jurassic sauropodomorph dinosaur revealed by synchrotron FTIR microspectroscopy, Nature Communications (2017). DOI: 10.1038/ncomms1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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