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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도당이 과당보다 흡수가 빠른가?





 앞서 포도당이 과당보다 훨씬 흡수가 빠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사실 이 이야기는 제 신간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생략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은 다당류입니다.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 같은 육탄당이 우리가 주로 영양분으로 섭취하는 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도당(D-글루코스)은 에너지 대사의 기본 물질로 많은 생물체에서 기본 에너지원입니다. 많은 식물이 광합성의 결과물로 포도당을 내놓습니다.  


 6CO2 + 12H2O -> C6H12O6 + 6H2O + 6O2 


 위의 반응을 통해서 생성한 포도당 (C6H12O6)는 그 자체로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나중을 위해서 저장하기도 해야 합니다. 보통 저장할 때는 포도당 분자를 여러 개로 연결시켜 다당류로 만들게 됩니다. 이것이 녹말 (전분) 이죠. 물론 셀룰로스 역시 포도당 분자를 엮어서 만든 섬유질 물질입니다. 다만 셀룰로스는 단단하게 결합하고 엮어서 세포 구조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반면 녹말은 바로 쉽게 분해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흰 쌀밥은 매우 순도가 높은 녹말입니다. 이를 소화효소가 분해해서 포도당 분자로 만드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섭취하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 바로 포도당이라고 하겠습니다. 많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포도당을 가장 기본으로 사용하며 이를 가장 빠르게 흡수합니다. 영양분 흡수는 소장에서 일어나는데, 흡수 방식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단순확산

 영양소가 농도가 높은 소장 내 소화된 음식물에서 농도가 낮은 소장 상피세피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농도 차이에 의한 이동으로 운반 단백질이나 능동 수동 없이 이뤄지는 단순 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수용성 및 지용성 비타민, 대부분의 무기질, 지방 (지방산과 글리세롤 모두)가 이 방식에 의존합니다. 당연히 농도가 높은 상태에서만 소장 상피세포로 이동이 가능하며 속도도 느리지만 가장 저렴한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2. 촉진확산

 농도 차이에 의한 흡수라는 점에서는 단순확산과 동일하지만, 운반 단백질이 결합해서 더 빠르게 흡수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차이라도 흡수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단당류 가운데 과당이나 자일로스의 흡수가 이에 해당됩니다. 


 3. 능동수송


 이름처럼 운반 단백질은 물론 에너지까지 사용해서 영양소를 흡수하는 기전입니다. ATP를 사용해서 펌프처럼 영양소를 소장 상피 세포 쪽으로 빨아들입니다. 농도차에 역행해서도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으며 속도 역시 가장 빠릅니다. 포도당, 갈락토스, 아미노산, 칼슘, 철, 비타민 B12 의 흡수가 여기에 속합니다. 


 단당류의 흡수 속도를 포도당을 100으로 표시해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갈락토스 110 
 포도당 100
 과당 43
 만노오스 19
 자일로스 15
 아라비노스 9


 따라서 포도당이나 갈락토스는 과당 대비 적어도 2배 정도 흡수 속도가 빠릅니다. 참고로 갈락토스는 모유나 우유에 들어있는 젖당을 이루는 단당류입니다. 젖당(lactose)은 갈락토스 + 포도당으로 이뤄진 이당류입니다. 갈락토스의 흡수가 빠른 것 역시 생각해보면 당연한데, 포유류의 경우 새끼 시절에는 젖을 먹고 크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는 포도당을 주식으로 삼는데다 혈중 포도당 농도 (혈당)이 너무 낮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농도에 역행해서라도 에너지를 써가면서 소장에서 흡수하는 것이죠. 


 반면 과당은 보통 자연 상태에서는 과일이나 벌꿀 등을 통해서 종종 먹게 되는 단당류였을 것입니다. 안 먹어도 문제 없고 빠르게 흡수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이죠.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단맛은 포도당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이점은 아마도 과일이나 꿀처럼 번식을 위해서 필요한 당류에 과당이 많이 포함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보통 과당의 단맛은 포도당의 2배 이상으로 봅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과당이 다른 단당류보다 더 나쁠 것은 없습니다. 다만 특성은 좀 달라서 흡수가 느리고 흡수된 후에도 포도당, 글리코겐, 중성 지방 등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순수한 포도당 대비 혈당을 올리는 속도가 느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용하면 물론 좋을 것이 없지만, 적당히 먹어서 나쁘다는 증거 역시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과일에 있는 과당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걱정하지 않고 먹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과일 섭취는 권장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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