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한국인의 당류 섭취 2 - 소아 청소년의 당류 섭취는 기준치 이상



 앞서 포스팅에서 우리 나라 당류 섭취 기준이 총당류 기준으로 전체 열량의 10~20%, 첨가당 기준으로 전체 열량의 10%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당류 섭취는 현재 여기에 부합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 비해서 가공 식품 및 패스트푸드 섭취가 적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지닌 한국인의 특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식생활 서구화와 함께 가공 식품 섭취가 늘어나면서 소아 청소년, 청년 층을 중심으로 점차 총당류는 물론 첨가당 섭취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당류는 단맛이 나는 단순한 탄수화물로 주로 과당 같은 단당류와 설탕 같은 이당류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첨가당은 본래 식품에 들어있지 않은 당류로 가공식품에 첨가하는 당류를 이야기합니다. 대표적으로 탄산 음료에 들어가는 액상과당이 있습니다.) 


 2016년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보도자료를 내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 1차 당류 저감 종합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계획은 


◈ 당류 줄이기 목표 : 우리 국민의 당류 적정 섭취 유도
- ‘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
- 하루에 총 2,000kcal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200kcal (당으로 환산 시 50g)
추진전략Ⅰ 국민 개개인의 식습관 개선 및 인식 개선
- 어린이·청소년 대상 당류 줄이기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당류 적게 먹기 국민 실천
운동 확대
- 개인 영양관리 스마트폰 앱인 ‘칼로리코디’를 제공하는 등 개인 맞춤형 당류 섭취량
관리 지원
추진전략Ⅱ 당류를 줄인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영양표시 대상 식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가공식품에 당류의 ‘%영양성분 기준
치’ 표시를 의무화
- 식품 산업체에 당류 저감 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식품별 당류 줄이기 목표와 연도
별 가이드라인을 제시
- 가정·급식소와 외식업체에 당류를 줄일 수 있는 조리법과 메뉴를 개발 지원
- 어린이·청소년 대상 당류 함량 높은 식품의 판매제한 확대
추진전략Ⅲ 당류 줄이기 추진기반 구축
- 당류 섭취량과 만성질환과의 관련성 등에 대한 연구 실시
- 식품에 들어있는 당류 함량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DB 구축


 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3세에서 29세 사이 인구 집단에서 대부분 첨가당인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비중이 권고량인 10% 이내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출처: 식품의약품 안전처) 


 흥미로운 사실은 전체적으로 가공 식품 섭취가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점차 당류 섭취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식생활 서구화 뿐만이 아니라 1인 가구 증가 같은 다른 요인도 같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의 비중이 늘수록 집에서 요리를 해먹기 보다는 간편 조리식이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섭취 비중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식생활이 서구화된 세대가 나이가 들어 보다 나이든 세대로 당류 섭취 증가가 전이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식생활 습관은 앞서 언급한 빈 칼로리 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먹을 게 넘치는 시대에는 영양 결핍보다 과잉이 더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전체 칼로리 섭취가 증가하면서 당뇨, 고혈압, 대사 증후군 등 여러 만성 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하고 더 장기적으로 심혈관 질환 및 전체 사망률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적 당류 저감 계획을 추진하는 배경과 10%라는 권고안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제 책에서 이미 다룬 내용이지만, 더 흥미로운 부분은 기준치인 10%가 넘는 첨가당을 섭취하는 사람은 이미 우리 나라에서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처: 식품의약품 안전처) 


 2013년 조사에서 전체 조사 대상자의 1/3인 34%가 전체 열량 섭취에서 10% 이상을 가공 식품에서 얻는 당류, 즉 첨가당으로부터 얻고 있습니다. 더구나 6-11세에서는 47.6%, 19-29세 사이에는 47.7%가 기준치를 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보다 첨가당 섭취가 많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음료수 (탄산 음료는 말할 것도 없고 설탕이나 액상 과당이 들어간 다양한 음료가 존재)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빵/과자/떡류, 설탕 및 기타 당류, 면류 등 기타 가공식품, 가공우유 및 발효유,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 순입니다. 






(출처: 식품의약품 안전처) 



 흥미로운 사실은 음료수 가운데서 1-5세는 과일/채소 음료, 6-29세는 탄산음료, 30세 이상은 커피를 통해 당을 가장 많이 섭취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가당 음료 = 탄산음료라는 편견을 깨는 결과입니다.


 2007년에서 2013년 사이 국민 건강 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가공 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가 총열량의 10%가 넘는 경우 비만의 오즈비 (ORs) 값은 1.39 (95% CI 1.32-1.47) 고혈압 1.66 (1.57 - 1.75), 의사가 진단한 당뇨병 1.41 (1.33 - 1.49)로 한국인에서 첨가당 섭취가 10%를 넘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만의 가능성이 39%, 고혈압의 가능성이 66%, 당뇨병의 가능성이 4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가공식품과 당류 섭취 증가가 건강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것 자체도 문제지만, 점차 가공식품 및 첨가당의 섭취 비중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식생활 서구화 뿐만이 아니라 1인 가구 증가, 맞벌이 증가, 그리고 과도한 학업 및 근로 시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같이 겹쳐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고 가공식품을 섭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대로 식사를 하기 어려워지는 바쁜 삶이 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끊임없는 광고를 통해서 우리가 세뇌를 당하는 부분도 있지만 말이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