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나쁜 음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과거에 비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성장세도 둔화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매뉴도 개발하고 패스트푸드가 생각보다 나쁜게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넛 업계에서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나 과도한 열량 섭취의 원인이 되는 일반 탄산음료 대신 다이어트 음료를 도입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빨리 먹을 수 있는 대신 열량이 많고 포화지방, 첨가당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패스트푸드는 가끔 시간이 없을 때 끼니를 때우는 용도가 아니고 주식처럼 먹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음식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햄버거 세트가 별로 해롭지 않을 것 같지만, 1) 한끼 식사로는 열량이 많고 2) 탄산 음료나 디저트에 들어있는 첨가당이 권장 기준치인 열량의 10% 이상이며 3) 햄버거 패티, 소스, 감자튀김 등에 있는 고지방/포화지방 양이 적지 않습니다. 치킨처럼 생각보다 나트륨 함량이 많은 경우도 있겠죠. 고지방, 고첨가당이 어떻게 건강에 나쁜지는 제가 쓴 책에서도 다룬 부분입니다.
물론 햄버거를 비롯해서 패스트푸드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건강에 나쁜 음식을 만든 건 아닙니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달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것일 뿐입니다.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못만드는 건 아니지만, 과연 잘 팔릴지는 다소 의문스러운 것입니다.
최근 USC 레오나르드 데이비스 노년 대학(USC Leonard Davis School of Gerontology)의 연구자들은 건강한 음식재료를 이용해서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음식을 만드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음식은 혈압을 낮추고 CRP 같은 염증 반응물질이나 공복혈당, IGF-1 같은 당뇨와 연관된 문제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것입니다. 동시에 체중과 체지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2단계 임상시험에서 2013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00명의 20세에서 70세 사이 참가지를 대상으로 두 그룹으로 나눠 3개월 간 식사를 하게 했는데, 대조군은 일반적인 식사를 실험군은 패스트푸드를 흉내냈지만 열량과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비율을 적절하게 배합한 식사를 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예상할 수 있듯이 실험군의 체중이 평균 6파운드 (2.7kg)정도 빠지고 허리둘레가 1.5인치 가량 감소했으며 BMI, 혈압, 공복혈당, 중성지방, IGF-1, CRP, LDL 콜레스테롤 등이 모두 감소하는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 건강한 패스트푸드 (FMD, Fast-mimicking diet)의 3상 임상시험을 계획중입니다. 여기서 효과적인 결과가 나오면 패스트푸드 회사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패스트푸드 문제는 의도적으로 나쁜 음식을 팔려는 회사들의 문제라기보다는 나쁜 음식을 선호하는 우리의 습성이 더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기는 하지만 맛이 별로라면 그렇게 잘 팔리진 않을 것 같은데, 과연 맛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사진이라도 있으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텐데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Min Wei et al, Fasting-mimicking diet and markers/risk factors for aging, diabetes, cancer, and cardiovascular disease,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017). DOI: 10.1126/scitranslmed.aai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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