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식물들이 자신이 씨앗을 멀리까지 전파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바람에 씨앗을 날리는 것부터 글라이더처럼 나는 것, 물을 통해 전파하는 것까지 다양하지만 동물을 이용하는 것 역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열매의 형태로 보상을 제공하고 씨앗을 퍼트리는 것이죠. 맛있는 과일의 본래 목적은 그 안에 들어있는 씨앗을 퍼트리는 것입니다. 식물은 직접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전략을 더 고도로 구사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앨버타 대학의 연구팀은 앨버타주의 야생 초크체리(chokecherry)를 먹고 사는 야생 조류를 연구했습니다. 이 새들은 열매를 먹고 배설물과 함께 초크체리 씨앗을 사방에 뿌리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입니다. 이 새를 잡아먹는 여우가 씨앗을 더 멀리까지 전파한다는 것이니다.
여러 포식자의 몸속에서 살아남아 씨앗을 더 멀리 전파하는 것을 Diploendozoochory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 씨앗들은 여러 포식자의 몸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살아남아 먹이 사슬의 가장 위에 있는 포식자의 배설물과 함께 전파됩니다. 이 씨앗들은 두꺼운 껍질을 지녀 여러 동물의 소화기관에서도 살아남아 배설될 수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새가 여우보다 더 멀리 날 것 같지만, 작은 새 역시 비용대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가급적 가까이 있는 열매를 먹고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배설을 하게 됩니다. 보통 먹이 사슬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더 큰 동물이고 더 멀리 이동하므로 여우가 더 먼 거리를 이동한다고 해도 놀랄일은 아닌 것입니다.
우리는 식물이 정적으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식물 역시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서 매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 역시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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