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gs and a newborn baby American alligator are shown. Credit: NIBB)
성이 결정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성염색체에 의해서 성이 결정되지만, 파충류의 경우 암수의 성이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일부 거북류와 악어류에서 발견되는데 대표적으로 미국 악어(American alligator)의 경우 알의 온도가 33℃ 인 경우 대부분 수컷이되고 반대로 온도가 30℃인 경우 대부분 암컷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이런 온도 성결정(temperature-dependent sex determination (TSD))은 매우 독특할 뿐 아니라 정확한 기전을 알기 어려워 생물학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선 이런 방식으로 성별이 결정되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고 그 구체적인 기전 역시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TSD의 생각할 수 있는 이점으로는 어미가 의도적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정말 이것이 원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른 이론 가운데는 암컷이 더 먼저 부화하기 때문에 번식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시 분명치 않습니다.
아마도 이런 온도 성결정 방식이 진화한 것은 이런 방식을 지닌 파충류의 공통조상이 진화한 3억년 이전일 가능성도 있는데 지금까지 지구의 온도가 다양하게 변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런 방식을 선택했음에도 오랬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이유조차 매우 신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지구 온난화가 이런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합동 연구팀은 미국악어가 온도에 따라 성별을 결정하는 기전을 일부 규명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TRPV4 단백질이 바로 그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 단백질은 온도가 섭씨 30도 중반이 되면 칼슘 이온 채널을 여는 역할을합니다. 그 결과 수컷으로 자라는데 필요한 유전자가 발현되면서 수컷으로 자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기전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왜 이런 방식의 성 결정이 일어나는지는 잘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분자 생물학적인 부분에서 더 상세한 메카니즘을 규명한다면 왜 이들이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그리고 오랜 세월 환경 변화에도 살아남은 이유를 아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Ryohei Yatsu et al. TRPV4 associates environmental temperature and sex determination in the American alligator, Scientific Reports (2015). DOI: 10.1038/srep18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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