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tlefish. Credit: Wikipeida)
연체동물 가운데 두족류는 가장 진화한 동물입니다. 오징어와 문어류는 생각보다 머리가 좋을 뿐 아니라 무척추동물 가운데는 가장 발달된 뇌와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더불어 포식자 및 먹이의 눈을 속이는 위장 능력 또한 일품입니다. 아마도 이런 위장 능력과 좋은 눈, 두뇌는 같이 발달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오랬동안 이 연체동물이 몸표면의 색소를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몸색깔을 바꾸는 능력에 감탄해왔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듀크 대학의 연구자들에 의하면 갑오징어(cuttlefish)가 일종의 전자기 스텔스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바닷속에는 눈 대신 여러 가지 감각기관이 출중한 포식자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상어의 경우 예리한 후각으로도 유명하지만, 생명체의 미세한 생체 전기를 감지하는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로렌지니 기관(Ampullae of Lorenzini)이라고 불리는 이 감각기는 상어의 머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데, 이를 통해서 바위 틈이나 모래 속에 숨은 먹이까지 정확하게 감지가 가능한 것입니다.
상어가 좋아하는 먹이인 갑오징어 역시 여기에 대응한 진화적 군비 경쟁을 이룩했습니다. 평소 이들이 내놓는 전압은 10-30microvolts로 AAA 타입 건전지에 비해서 75,000배 약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상어는 이런 약한 자기장 역시 감지가 가능합니다.
연구팀이 새롭게 밝힌 사실은 상어로 생각되는 물체가 다가오면 갑오징어가 주변 사물과 동일하게 자신을 위장할 뿐 아니라 전압 역시 6microvolts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주변의 생체 자기장의 세기 역시 89%까지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위장(Camouflage)이 자연계에서 발견되었지만, 전자기 부분에서 스텔스 모드를 사용하는 동물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무척추동물이라는 편견을 빼고 생각한다면 두족류야 말로 진정한 진화의 경이일지 모릅니다.
참고
Freezing behaviour facilitates bioelectric crypsis in cuttlefish faced with predation risk,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rspb.royalsocietypublishing.org/lookup/doi/10.1098/rspb.2015.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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