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rather than chemical signals released into the water, induces sex change in slipper snails, Crepidula marginalis, shown here in their natural, intertidal habitat. Credit: Rachel Collin, STRI )
인간 같은 포유류는 복잡한 생식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생 성이 고정됩니다. 남자가 여자가 되거나 여자가 남자가 되는 일은 사실 가능하지 않죠. 성전환 수술이라는 것도 결국은 외과적으로 외부 생식기를 바꾸는 것이지 자궁이나 고환 같은 장기가 생기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다 단순한 생식기를 가지고 있는 어류 같은 척추 동물은 아주 쉽게 성변환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수컷이라도 암컷으로 있을 때 자손을 남기기 유리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암컷으로 변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상황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성전환 번식 전략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 (STRI))의 과학자들은 열대 지방에 사는 흰삿갓조개류(slipper limpets)의 일종인 Crepidula cf. marginalis의 성전환을 연구했습니다. 이 동물은 썰물과 밀물의 차가 큰 해안가에서 바닷물에 있는 영양염류나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조개같은 생명체로 크기에 따른 성전환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 marginalis는 태어날 때는 모두 수컷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커지면 암컷으로 전환합니다. 이와 같은 전환은 알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커질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다양한 크기의 개체가 있으면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바위 등에 붙어서 생활하기 때문에 큰 암컷 주변이나 혹은 위에 작은 수컷이 붙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성전환이 화학물질에 의해서 매개될 것으로 보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일단 실험군은 그물망으로 서로를 분리시키되 물은 통과하게 했고 대조군은 자연 상태와 비슷하게 서로 접촉한 상태에서 있게 했습니다. 두 그룹 모두 크기가 서로 다른 수컷을 넣고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C. marginalis가 접촉에 의해서 성전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수컷이 암컷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수컷 생식기가 작아지면서 암컷의 생식기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수컷의 생식기는 심지어 자신의 몸보다 길게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은 사실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런 전략을 취하는 것은 아마도 이것이 자손을 남기는데 가장 최적화된 방식이기 때문이겠죠.
자연계에는 번식을 위해서 놀라운 전략을 개발해낸 생물들이 많습니다. C. marginalis 역시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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