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파리 기후협정 체결



(파리에 모인 각국 대표들. 


 오랜 세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큰 이정표를 찍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이 12월13일 폐막하면서 새로운 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가 채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2020년 만료 시점이전에 이미 유명무실해진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약으로 이전에 비해 매우 강화된 기후 변화 방지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 


 일단 파리 협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선진국만 감축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을 포함한 전 세계 195개국이 온실 가스 감축 의무를 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이전보다 후퇴한 형태의 감축안을 제시하기는 했는데, 그럼에도 현재 재생 에너지 투자 등을 고려하면 달성이 쉬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의무 감축안은 얼마든지 가능한 범위에 있습니다. 다만 개도국과 산유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있을 수 있었으나 중국과 미국이 여기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감축안 합의의 큰 틀은 잡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협약이 체결된 순간까지도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 차이가 작지는 않았지만, 일단 모든 국가가 5년마다 목표치를 제시하고 검증하기로 한 것은 큰 전진입니다. 


 다만 5년마다 상향된 목표치를 제시하되 구체적인 목표치는 스스로 정하기로 하므로써 (즉 국가별 목표는 스스로 정할 수 있음) 어느 정도 구속력있는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봐야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당사국이 정한 감축 목표를 어겨도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한편 개도국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선진국이 지금까지 온실 가스 배출을 많이한 점들을 감안해 기술 이전과 지원은 물론이고 매년 1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지원 기금을 조성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부분도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선진국이 개도국과 책임을 나누려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입니다. 


 - 1.5도 vs 2.0도 


 이번 회의에서는 산업 시대 이후 온도 상승을 이번 세기말 (2100년)까지 섭씨 2도 이내에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섬나라와 저지대 국가들은 더 엄격한 1.5도 상승 억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2도 안이 채택되었지마니 1.5도로 상승폭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다만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섭씨 1도 가량 상승한 상태로 ( http://blog.naver.com/jjy0501/220534438869 참조) 지금까지 상승 속도와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감안하건데 실제로는 섭씨 2도 이내 억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섭씨 2도 이내 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이번 파리 기후 협정을 통해서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가능해지면서 섭씨 5-6도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바로 이점이 파리 협정이 미래 세대를 위한 큰 진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점입니다. 


 -  실제로 온실 가스 감축이 가능할까? 


 이번 협정은 모든 국가가 의무 감축에 참여하기로 한 역사적인 협정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협정에서 목표는 2050년 이후 21세기 후반기에는 실질적인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 중립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 상태에서는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도 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실 가스 배출과 이로 인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적어도 과학자와 정책 결정자 사이에서는 일치를 보고 있고 (불행히 아직 일반 대중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계속되는 기술 혁신으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부분에서는 이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물론 전기차가 새로운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는 배터리 부분에서의 혁신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태양 전지(PV)의 경우 이미 발전단가가 크게 감소했고 풍력 발전의 경우에도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발전 설비량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일부 국가들에서는 석탄 같은 기존의 화석 연료 발전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제 이산화탄소 배출 부분에서는 정점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대로 2014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적인 감축 목표까지 나오게 되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 가스 배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까지 이에 동참하기로 한 이상 온실 가스 배출 감축은 이제 시대적인 변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이 매우 많고 앞으로 한동안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수밖에 없어서 한동안 기후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번 협약을 통해서 앞으로 갈 목표는 분명히 정했다는 것이 큰 의의라고 생각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