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이 반드시 답해야할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왜 노화되고 죽는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간단명료한 대답은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와 죽음에 관련되는 유전자를 찾고 그 메카니즘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 지금도 노력중입니다.
취리히의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ETH Zurich)과 독일 예나(Jena)의 연구 컨소시엄의 과학자들은 합동으로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해 이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유전자 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어류인 제브라피쉬(zebra fish), 그리고 실험용 쥐를 이용해 4만 개의 유전자 가운데서 노화과정(aging process)에 관련되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이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찾기에 비유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연구팀은 이 작업을 더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3종의 동물에서 어린 개체와 성숙한 개체, 그리고 노화한 개체의 유전자 활동을 mRNA를 통해 조사했습니다. 여기에는 노화 같은 중요한 과정을 컨트롤 하는 유전자가 진화과정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 전제와 이 유전자가 나이에 따라 활성화 정도가 다를 것이라는 기본 가정이 깔려있습니다.
그 결과 노화 과정에 연관이 있어 보이는 유전자는 세 종에서 30개 정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유전자 가운데서 특히 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 유전자는 3 종의 동물에서 모두 노화를 촉진했습니다.
bcat-1라는 유전자가 바로 그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했을 때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이 25% 정도 증가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유전자를 억제할 때 수명만 연장된 것이 아니라 건강 수명까지 같이 연장되어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 유전자를 억제할 경우 조직에서 BCAA(branched-chain amino acids)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실제로 BCAA 세 가지 종류를 먹이에 포함해서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유전자를 직접 억제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인간에서 같은 방법으로 간단하게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서의 조절 기전은 더 복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불로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왜 노화를 촉진하는 유전자 같은게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생존을 위해 전력 투구하는 생명체에게는 매우 모순되는 존재입니다. 여기에 대한 흔한 설명 가운데 하나는 오래되어 손상된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텔로미어 가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앞으로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Johannes Mansfeld et al. Branched-chain amino acid catabolism is a conserved regulator of physiological ageing, Nature Communications (2015). DOI: 10.1038/ncomms1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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