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한 품종 개량으로 매우 다양한 외형을 지니고 있는 개는 사실 Canis lupus familiaris 라는 하나의 종입니다. 실제적으로 말한다면 극도로 다양한 아종을 지니고 있는 회색 늑대 (Gray Wolf Canis lupus) 의 아종이라고 할 수 있죠. 포유강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회색 늑대는 현재 인간에 의해 서식지를 많이 빼앗기고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그 아종인 개는 인간과 함께 크게 번성해서 적어도 전세계적으로 10 억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래전 인간이 야생 회색 늑대를 길들여 오늘의 개로 품종을 진화시킨 것은 확실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시기가 언제 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 중에 있습니다. UCLA 의 연구자들이 최근 Science 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인간이 개를 길들인 시점은 적어도 18000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3 년 11월 15일자 Science 지 커버에는 개 사진이 실림)
UCLA 의 로버트 웨인 교수 (Robert Wayne, a professor of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와 그의 동료들은 이미 지난 5월에 중동, 동아시아, 유럽 세 지역 혈통의 개들의 게놈을 분석해서 현재는 멸종된 늑대 그룹이 개의 직접적인 조상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Science 에 발표한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개과에 속하는 늑대와 비슷한 동물 10 종과 개와 비슷한 8 종의 DNA 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1000 이상 된 표본으로 가장 오래된 표본 2 종은 3만년이 넘은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유전자 데이터는 가축화된 늑대인 개가 등장한 것이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1.5 만년 전의 일이라는 점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과 시베리아에서는 3 만년이 넘은 것으로 보이는 개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사실 초기 개는 그냥 길들인 회색 늑대로 사실상 야생 늑대와 유전적인 데이터가 구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보다 사람이 원하는 대로 품종 개량이 이뤄지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고 유전적으로 다소 차이가 존재하게 된 것이죠.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33000 년전 개의 화석. 이 개과 (canid) 동물은 알타이 산에서 발견되었는데 개와 늑대의 중간에 있는 동물로 DNA 분석은 늑대에 좀 더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음. 가장 오래된 개의 화석이라고 볼 수도 있는 표본. The Razboinichya canid. Sub-triangular hole in the skull is the place of initial sampling for 14C dating in 2007. Author Nikolai D. Ovodov1, Susan J. et al. )
연구자들은 다양한 화석과 표본에서 미토콘드리아 DNA 를 추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현재 존재하는 77 종의 개와 49 종에 달하는 늑대, 그리고 4 종의 코요테 DNA 와 비교한 결과 아마도 유럽에서 기원한 늑대의 그룹에서 현재의 개가 탄생한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늑대에서 개로 길들여진 시기는 32100 년에서 18800 년 사이로 적어도 18000 년전의 유럽에 살던 인류의 조상이 늑대를 개로 길들였음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아직까지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좀 더 연구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개가 사람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가장 먼저 가축화된 동물이라는 점은 확실할 것 같습니다. 다른 가축들은 모두 농경이 시작되고 난 이후 길들여졌지만 개의 경우는 수렵 채집 활동을 하던 석기 시대 부터 길들여진 것이 확실합니다.
왜 인간이 늑대를 길들였는지에 대해서는 역시 여러가지 이론이 존재하지만 아마도 사냥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크고 사나웠을 늑대와 함께 살았던 것은 뭔가 늑대가 선사 시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역시 사냥에서 서로 협력해고 고기를 나눠먹는 경우겠죠.
오늘날에도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이면서 인간에게 아주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오래된 친구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O. Thalmann, B. Shapiro, P. Cui, V. J. Schuenemann, S. K. Sawyer, D. L. Greenfield, M. B. Germonpre, M. V. Sablin, F. Lopez-Giraldez, X. Domingo-Roura, H. Napierala, H-P. Uerpmann, D. M. Loponte, A. A. Acosta, L. Giemsch, R. W. Schmitz, B. Worthington, J. E. Buikstra, A. Druzhkova, A. S. Graphodatsky, N. D. Ovodov, N. Wahlberg, A. H. Freedman, R. M. Schweizer, K.-P. Koepfli, J. A. Leonard, M. Meyer, J. Krause, S. Paabo, R. E. Green, R. K. Wayne. Complete Mitochondrial Genomes of Ancient Canids Suggest a European Origin of Domestic Dogs. Science, 2013 DOI:10.1126/science.124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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