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89 - 아이손 혜성 부활 ?



 우리나라 시각으로 2013 년 11월 29일 새벽 3시 48 분경 아이손 혜성은 태양에서 불과 116 만 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 태양을 스치듯이 지나가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혜성의 표면온도는 섭씨 2700 도 이상으로 타오르게 될 것이고 태양의 강한 중력까지 합쳐지면 과연 혜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근일점에서 SDO (Solar Dynamics Observatory) 가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혜성이 파괴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왜냐하면 혜성이 있어야 할 위치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후 7 시간이 지난 뒤 찍은 SOHO 사진에는 혜성의 파편인지 흔적인지 알 수 없는 먼지 구름이 근일점 이후 궤도를 따라 나있었습니다. 앞선 포스트에서는 이것이 조각난 혜성의 파편일 수도 있고 남은 가스와 먼지가 궤도를 따라 돌아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가능성은 낮지만 크기가 작아진 온전한 혜성의 핵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것은 시간이 지나야 확실해질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SOHO 데이터가 도착했습니다. 여기에는 혜성의 일부가 살아남아야 나타날 수 있는 작은 꼬리가 관측되었습니다. 즉 일부 파편이라도 살아서 근일점을 통과했다는 의미입니다. 




(SOHO 의 연속 이미지. 태양에 근접해서 가장 밝게 빛나던 혜성이 근일점을 돌고 나오면서 희미해 지지만 멀어지면서 분명한 꼬리를 그리고 있음.  This time-lapse image shows Comet ISON approaching and leaving during its slingshot around the sun – represented by the white circle -- on Nov. 28, 2013. The ISON images clearly outline the curve of the comet's orbit path. The images were captured by ESA/NASA's SOHO mission.
Image Credit: ESA&NASA/SOHO/GSFC )  



( SOHO 이미지. 태양에서 멀어지면서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새로운 꼬리의 모습이 분명하게 관측됨.  가운데 흰 동그라미가 태양  ISON appears as a white smear heading up and away from the sun. ISON was not visible during its closest approach to the sun, so many scientists thought it had disintegrated, but images like this one from the ESA/NASA 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 suggest that a small nucleus may be intact.
Image Credit: ESA/NASA/SOHO/GSFC



(초기에 공개된 SOHO 이미지에서는 근일점을 돌아나오는 과정에서 매우 희미해져서 사실상 대부분 증발한 것으로 해석되었음 Another view from SOHO's C2 chronograph shows Comet ISON appearing bright as it streams toward the sun (right). it can be seen as a dim streak heading upward and out in the left image. The comet may still be intact.
Image Credit: ESA/NASA/SOHO/Jhelioviewer ) 


 과연 남은 부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타서 사라진 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는 추가 관측이 필요합니다. 다만 돌아나온 후 꼬리의 크기를 봤을 때 이전보다 매우 작아진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SDO 화면에서 갑자기 없어진 것은 아무래도 핵 자체가 부서진 후 일부 큰 조각이 궤도를 따라 살아나온게 아닌가 싶은데요 정확한 것은 좀더 관측을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SDO 관측에서는 근일점에서 혜성이 있어야할 위치에 혜성과 꼬리,  심지어 파편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혜성이 파괴된 것으로 해석했음.  This image from NASA's Solar Dynamics Observatory shows the sun, but no Comet ISON was seen. A white plus sign shows where the Comet should have appeared. It is likely that the comet did not survive the trip.
Image Credit: NASA/SDO ) 


 아무튼 전날 아이손이 아마도 파괴되었을 것으로 보도자료를 낸 나사는 다시 이를 정정했습니다. (Comet ISON May Have Survived) 새로운 관측 결과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살아남은 것이 먼지나 아주 작은 파편들이 아니라 적어도 핵의 작은 일부분일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late-night analysis from scientists with NASA's Comet ISON Observing Campaign suggest that there is at least a small nucleus intact."


 제 생각에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이 혜성이 근일점에 도달하기 전에 핵이 조각났고 이 과정에서 많은 가스와 먼지가 분출되어 우리가 그 장면을 정확히 포착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핵의 일부 파편이 아이손의 궤도를 따라 나오면서 새로운 작은 꼬리를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추정이지만 말이죠. 

 
 따라서 이제 궁금한 것은 살아남은 것이 무엇인지 입니다. 금세기 최고의 혜성쇼를 보여줄 가능성은 이제 아주 희박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손 혜성 (혹은 그 잔해는) 과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혜성은 처음으로 태양근처로 근접하는 혜성이고 사실상 태양계가 탄생한 45 억 년전의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혜성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들을 알아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살아남은 것은 무엇이고 추가 관측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혹시 마지막 조각이 증발하면서 갑자기 밝아진 것은 아닐까요 ? (그러면 곧 모두 증발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아니면 핵의 몇분의 1 에 해당되는 조각이라도 남아서 미니 아이손 혜성이 될까요 ? 그것도 아니면 설마 대부분 살아남았을까요 ? 아마도 조금 기다려보면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추가: 사실상 최후를 맞이한 아이손 혜성  http://blog.naver.com/jjy0501/100200915370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