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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르스의 족보를 밝힌 거대 육식 공룡 리트로낙스 Lythronax



 최근 미국 유타주 남부에서 발견된 한 대형 육식 공룡의 화석 (주로는 두개골 화석들) 이 유명한 백악기말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Tyrannosaurus rex) 을 비롯한 티라노사우루스과 (Tyrannosauridae) 공룡의 족보 (그러니까 진화 계통도) 를 그리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에 의하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근연종들이 진화한 것은 생각보다 1000 만년 정도 앞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족보가 있는 왕 (rex 가 왕이라는 뜻) 인 셈이죠.   


 미국 토지 관리국 (Bureau of Land Management) 및 미국 국립 과학 재단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의 후원을 받은 마크 로웬 박사 (Dr. Mark Loewen, research associate at the Natural History Museum of Utah, and adjunct assistant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Geology and Geophysics at the University of Utah) 및 그의 동료 연구자들은 유타주 남부에 있는 그랜드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 국립기념물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 GSENM) 에서 발굴한 타리노사우루스과의 공룡 두개골 화석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속에 속하는 신종 육식 공룡이라고 학술지 PLOS ONE 에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 공룡은 공포의 왕 (King of Gore) 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리트로낙스 Lythronax 라는 속명과 argestes 라는 종명을 받아 학명은 Lythronax argestes 로 정해졌습니다. 이 신종은 다른 근연종과의 비교를 통해 대략 몸길이 8 미터에 몸무게 2.5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보다 완전한 골격 화석이 발견되면 추후에 수정될 수 있는 부분지만 발견된 기준 표본 ( holotype specimen, 새로운 종을 기술할 때 대표가 되는 표본) UMNH VP20200 의 두개골 크기로 볼 때 대형 육식 공룡인 점은 확실합니다. 



(새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 공룡 리트로낙스 Lythronax 의 복원도 This is an artist's version of the new tyrannosaur Lythronax announced by paleontologists at the Natural History Museum of Utah at the University of Utah. Credit: Lukas Panzarin )



(Lythronax 의 두개골 화석 3D CT scan 결과.  생김새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거의 유사했을 것으로 보임. Reconstruction of the skull of Lythranax (UMNH VP 20200). Loewen MA, Irmis RB, Sertich JJW, Currie PJ, Sampson SD (2013) Tyrant Dinosaur Evolution Tracks the Rise and Fall of Late Cretaceous Oceans. PLoS ONE 8(11): e79420. doi:10.1371/journal.pone.0079420


 연구팀에 의하면 이 새 육식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과 대형 육식 공룡 진화에 대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략 7000 만년 전에서 9500 만년 사이 번성했던 이 공룡들은 거의 백악기말에 등장했던 공룡들인데 (공룡 영화에서는 중생대 공룡들도 사냥하긴 하지만 ..... ) 거대 혜성에 의해 멸종 당하기 전 오늘날 우리가 영화에서 많이 본 친숙한 모양의 두개골을 진화시켰습니다. 즉 T. rex 를 비롯환 티라노사우루스 속의 공룡들은 콧등 부위는 좁지만 뒷통수로 갈수록 넓어지는 삼각형 모양의 두개골을 가지고 있으며 눈은 앞으로 향해 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티라노사우루스 속과 새로 발견된 Lythronax 의 두개골의 특징을 앞에서 본 모습  This skull, which includes pieces of real fossil, shows the unique features of this new tyrannosaur. (Credit: Mark Loewen, NHMU) ) 


 이제까지 고생물학자들은 이런 두개골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과의 공룡들이 (즉 넓은 두개골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  wide-skulled tyrannosaurid ) 대략 7000 만년 전에 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새로운 공룡의 발견으로 인해 이것이 1000 - 1200 만년은 더 전에 진화한 특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티라노사우루스 속의 공룡을 포함한 대형 육식 공룡의 진화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다는 것을 시사하는 점이라고 로웬 박사는 언급했습니다.


 연구팀이 한가지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 신종이 과거 백악기에 존재한 섬 대륙 라라미디아 (Laramidia) 의 육식 공룡 진화를 연구하는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나수토케라톱스 관련 포스트 (http://jjy0501.blogspot.kr/2013/07/nasutoceratops.html) 포스트에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백악기에 북미 대륙은 몇개의 작은 대륙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이전 나수토케라톱스 역시 사실 같은 장소에서 발견되었는데 (이전 포스트를 보면 같은 과학자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라라미디아 대륙이 다른 대륙들과 분리 된 것이 지리적 격리를 통해 종 분화를 유도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새로 발견된 리트로낙스는 사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니고 아마도 8000 - 9500 만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것 같습니다. 백악기 후기에 여러 대륙에서는 다양한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들이 번성했습니다. 영화에도 자주 섭외당해서 유명세를 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말고도 여러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 공룡들이 존재했다는 것이죠. 리트로낙스의 발견은 이런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의 다양한 적응 방산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 분화를 촉진했던 것은 대륙의 분리 같은 격리와 기후의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번성하던 백악기 지상의 왕자는 결국 허무하게 혜성 충돌로 사라지긴 하지만 지금도 T.rex 한 종만은 영화와 테마파크의 단골 소재로 우리곁에 살아있습니다. 리트로낙스가 조연으로라도 영화에 출연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T. rex 보다 더 크고 흉포하게 생겼으면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으니 말이죠) 고생물학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연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Mark A. Loewen, Randall B. Irmis, Joseph J. W. Sertich, Philip J. Currie, Scott D. Sampson. Tyrant Dinosaur Evolution Tracks the Rise and Fall of Late Cretaceous Oceans. PLoS ONE, 2013; 8 (11): e79420 DOI:10.1371/journal.pone.007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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