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 지하철 65 세 이상 노인 무임 승차를 축소할 움직임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지하철 관련 공기업들이 지난 10 월 말부터 매년 막대한 손실을 이유로 이를 축소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부터입니다. 11월 4일에는 서울시를 비롯한 6 개 대도시의 8 개 지하철 관련 공기업들이 2017 년 부터 현행 65 세로 되어 있는 무임승차 연령을 70 세로 높이고 65 세에서 70 세 까지는 요금의 50% 를 받는 방향의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물론 노인단체들은 여기에 반발하고 있으며 실제로 시행이 된다면 노인 층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이전부터 나오던 이야기이긴 했지만 노인층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과감하게 정부에 건의를 한 이유는 더 이상 만성 적자를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지하철 공기업들에 따르면 2012 년에 4129 억원으로 전체 손실 8000 억원의 51.6% 에 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점차 노령화가 진행될 수록 돈내고 타는 고객은 줄어들고 무료 승차를 하는 노인들은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건의안은 더 적자가 심해지기 전에 이를 줄여보자는 의도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미 겪기 시작한 고령화 충격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 한 바 있는데, 넓게 보면 이 문제 역시 노인층을 부양해야하는 청장년층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부양을 받는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 http://blog.naver.com/jjy0501/100197392035 참조) 2013 년 한국의 65 세 이상 노인 인구는 600 만명을 돌파했습니다. 65 세 인구 비중이 12.2% 이니까 이제 노령화 사회 (7% 이상) 에서 노령 사회 (14% 이상) 으로 바짝 다가간 상태입니다.
(한국의 과거 인구 분포 변화와 미래 변화 예측, 단위는 % 출처 : 통계청의 '2013 고령자 통계' 를 바탕으로 직접 작성 )
대략 2030 년에 한국은 인구 4 명중 한명이 65 세 이상이 되고 2050 년쯤에는 3 명중 한명이 65 세 이상 인구가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600 만명인 65 세 이상 인구는 2025 년에 1000 만명이 넘게 되고 2050 에는 1799 만명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현재 추정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숫자는 변할 수도 있겠지만 대규모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천재지변이 있지 않는 이상 현재의 평균 수명 증가로 인한 노인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생겼을 때만 해도 65 세 노인 인구는 4%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제도가 생긴 것은 사실 군사 독재 시절인 5 공화국 때로 1981 년으로 노인복지법 26 조에 경로 우대 조항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국가 또는 지자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의 수송시설을 무료나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 이 법 자체에 의하면 할인도 가능하지만 시행령에서 100% 할인을 명시함) 당시에는 노인인구가 별로 없다보니 큰 저항없이 받아들여졌고 가뜩이나 노인 복지가 부족한 한국에서 적은 비용으로 유용한 노인 복지 제도를 시행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문제는 아무런 재정 보조 없이 이 제도를 시행하는데다 지하철 요금 역시 원가에 아슬아슬하게 맞추는 수준으로 유지하다보니 점차 이와 연관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이기에 이대로 두면 나중에는 국민 4 명중 한명,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언젠가는 국민 3 명중 한명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게 될 것 입니다. 이는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죠.
따라서 지하철 공기업들은 정부에서 재정 보조를 해주든지 아니면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던지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새로운 이슈가 아닌데 1992 년 부터 서울 메트로에서는 끊임없이 이 문제를 건의해 왔고 다른 도시 지하철 공사들 역시 종종 이슈를 삼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로써도 필요성에 공감해서 2010 년에는 당시 김황식 총리가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언급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인 단체에서 강력 반발해서 김총리가 사과하고 없었던 일로 유야무야 된 바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가 있다는 건 인식하면서도 여기에 손을 대기 어려운 이유는 당장 선거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점차 65 세 이상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표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지금까지 해주던걸 갑자기 안해주게 되면 그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대해서 정부 보조를 해주자니 갑자기 어디선가 예산을 마련해야 하고 여기에 점차 매년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 분명해 정부에서도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사이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지하철 공사들의 누적적자는 계속 증가 중에 있습니다. 요금을 올리든지 아니면 국고 보조를 늘리든지 하는 방식은 모두 방법이 다를 뿐 사실상 65 세 이하 인구에게 이 요금을 부담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세금으로 보조하는 방식 역시 조세 부담의 대부분을 청장년층이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겠죠) 그러면 결국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무임 승차를 줄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까요 ? 단순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세대간 이해 관계는 물론 정치권의 셈법까지 같이 얽혀서 간단히 결론을 내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노년층을 위한 복지 제도가 빈약한 한국의 특징상 몇 안되는 노인 복지 제도인 지하철 무임 승차를 없앤다면 이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빈약한 수입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노인 빈곤층에 부담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나머지 승객 요금을 올리는 것은 물가 부담은 물론 형평성 시비가 거세게 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저항이 적은 방법은 국고보조금이지만 이미 여기저기 돈 들어갈 대는 많고 돈 나올 곳은 적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쉽게 예산을 주기 힘든 부분입니다. 여기에 국고 보조로 해결하겠다고 하면 세금을 주로 부담하는 계층에서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면 결국 미래에 지하철 공사의 부채가 급증 (이미 증가하는 중이지만) 해서 중요한 공기업인 도시 철도 공사들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100%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두가 양보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같습니다. 무임 승차 연령을 높이고 100% 대신 70% 정도 할인제를 도입하되 나머지 승객들이 더 요금을 부담하게 하거나 혹은 국고 보조를 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타협안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무료로 타는 노인분들이나 지금 요금도 비싸다고 (그리고 지금도 세금이 많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이 쉽게 동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어떤 의견이 옳든 간에 결국 지금같이 아무 결론도 내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지하철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결국 그 부채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해 혹은 요금 인상을 통해 해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전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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