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4대 중독법으로 알려진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의 통과 의지를 밝히면서 소위 게임 중독법 관련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분명히 게임에 지나치게 과몰입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위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게임 유저들과 산업 전체에 부담을 주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위 4 대 중독에 게임, 도박, 마약, 알코올은 들어가는데 담배가 빠진 점에 대해서도 형평성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매출의 5% 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논란이 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일명 손인춘 법 으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일명 신의진 법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별개) 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이 법안에 의하면
제24조(과징금)
① 여성가족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인터넷게임 관련사업자에게 매출액의 100분의 5를 곱한 금액(거래 금액이 없거나 거래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5억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1. 제12조제1항을 위반하여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조치를 하지 아니한경우
2. 제14조제2항 및 제4항을 위반하여 중독유발지수의 측정을 받지아니한 경우
3. 제15조를 위반하여 제작 또는 배급이 금지된 구조적 게임중독유발 인터넷게임을 제작 또는 배급한 경우
4. 제17조를 위반하여 중독유발지수를 표시하지 아니한 경우
5. 제18조제1항 및 제2항을 위반하여 청소년에게 중독유발지수의 측정이 되지 아니한 인터넷게임 또는 중독유발지수가 높은 인터넷게임을 제공한 경우
6. 제19조제1항을 위반하여 연령확인을 하지 아니하거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을 제공한 경우
7. 제20조제1항을 위반하여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의 이용에 관한 대금을 받은 경우
8. 제22조를 위반하여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9. 제23조를 위반하여 심야시간대에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을 제공한 경우
② 여성가족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2.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3. 위반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의 규모
③ 여성가족부장관은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인터넷게임 관련사업자가 합병을 하는 경우 해당 인터넷게임 관련사업자가 행한 위반행위는 합병 후 존속하거나 합병에 의하여 신설된 인터넷게임 관련사업자가 행한 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따라 부과ㆍ징수한 금액은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인터넷게임중독 치유기금에 귀속된다.
⑤ 제1항의 매출액 산정기준, 제2항의 과징금의 부과기준, 그 밖에과징금 부과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회의안 정보 시스템 http://likms.assembly.go.kr/filegate/servlet/FileGate?bookId=DC496F03-38F7-043D-8886-EB8CC214289D&type=1 )
라고 정해서 최고 매출의 5% (무조건 5% 를 걷어간다는 뜻은 아님) 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데 법 조항이 복잡해서 어떻게든 과징금을 매기려고 하면 매길 수 있는 그런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현재는 물론 통과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식의 막대한 과징금을 거둘 수 있는 비슷한 법안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아마도 이것들이 통합되서 새로운 게임 규제 법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상황이라 게임 유저들과 회사들의 반발이 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에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가 중독 물질에 포함됩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중독”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질 및 행위 등을 오용, 남용하여 해당 물질이나 행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가. 알코올
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
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른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행위 또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른 사행행위
라.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
마. 그 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 http://likms.assembly.go.kr/filegate/sender18?d=d&bookId=2E208562-B2DB-C9AD-7D9E-53228683651A&type=1 )
인터넷 게임을 4 대 중독 물질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 게임 중독법이나 4 대 중독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명 신의진 법이나 손인춘 법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에도 다뤘습니다.
이런 법안들을 연결하면 게임을 4 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매출의 최대 6% 를 걷어간다는 판단도 가능한데 실제로 과징금을 얼마나 매길지는 실제 법안이 실행되고 판례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합니다. 최대 5 년 징역... 이라고 해서 모두 징역 5 년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단 이런 괴상한 과징금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일이기도 하고 (솔직히 해외 토픽감) 이런 이상한 규제를 준수할 외국계 게임 회사가 몇개나 될지 매우 궁금한 일이기도 합니다.
잘못하면 중독과는 무관하게 하루 1 시간 미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게이머들이 갑자기 접속이 안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거 셧다운제 등으로 PSN 이 갑자기 막혔던 일을 생각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이 법과는 전혀 상관없는 성인들이 갑자기 PSN 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지만 아무도 여기에 대해 보상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소니를 비방하기도 뭐한 것이 이런 희안한 법에 대응이 안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죠. 전세계에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한국에만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면 외국계 회사들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국내 게임 업계와 유저들의 반발도 상당합니다. 한국에서 게임 산업은 부정적인 부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연간 10 조원대 사업으로 성장했고 10 만명 정도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법안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통과될지 (아니 통과 자체가 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위의 법안 내용이 대부분 반영된다면 게임 업체들은 이중 삼중으로 규제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법안의 상당수는 실효성면에서도 의문이 됩니다. 과거 등장했던 게임 셧다운제는 이런 저런 규제를 더한 법률이었지만 그 이후로 청소년들 더 잠을 잘자는 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수면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국가에서 강제로 규제하겠다는 발상도 놀랍지만 사실 그 효과를 입증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이 법은 지금도 실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규제를 만들어서 게임 내용에 간섭하고 중독성 있는 게임을 퇴출하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라서 외국에서 서비스 하거나 혹은 아예 인터넷 접속이 필요 없는 게임으로 유저들이 선회할 경우 어떻게 막을 수 있을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사업이 규제로 발이 묶인 동안 유튜브가 결국 국내 동영상 서비스도 상당 부분 평정한 것 처럼 미래에는 국내 유저들이 모두 외국 게임 서버에 접속하거나 혹은 아예 그런게 필요 없는 콘솔/ 싱글 위주 게임으로 전환할 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면 국내 게임 회사들만 역차별을 받고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아예 넥슨처럼 회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이런 논란 속에서 2013 년 11월 6일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장은 한나라의 국회에서 일어났다고 믿기에는 참 어려운 코메디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일을 내가 낸 세금으로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건 참 보고서도 믿기 힘든 일이지만 가슴 아프게도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12 세 이용가 게임의 선정성이라는 부제로 LoL 인가 에로L 인가 ? (진짜 PPT 자료가 이렇게 되어 있음) 라는 글과 함께 LoL 에는 나오지 않는게 분명한 일러스트가 자료라고 나와있습니다. 국회 여가위 소속 백재현 의원(민주당) 이 제시한 이 자료는 사실 LoL 을 서비스 하는 라이엇 게임즈가 아니라 유저들이 만든 팬 아트로 리그 오브 레전드 (LoL) 을 서비스 하는 라이엇 게임즈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인데 이걸 LoL 의 선정성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들고 나온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오너가 자동차에 노출이 심한 여성의 사진을 붙여 놨는데 이걸 들어 자동차 회사의 선정성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사례)
이는 실제 게임의 중독성이니 규제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게임을 한번도 한적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서 규제를 하려다 보니 이런 실수가 나오게 된 것인데 이런 일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울 뿐입니다. 법안이나 정책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법 입안자와 정책 추진자들은 규제를 하려는 대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의무가 있습니다. 반드시 직접 경험할 의무는 없지만 뭔지는 알고 있어야죠. 그것은 그들이 선거에 의해 뽑히고 공직에 오를 때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회적 규범입니다. 그들은 그런 최소한의 의무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초등학생이 만든 듯한 자료를 들고 나와서 스스로 고백했습니다.
분명 일부 문제가 되는 과몰입 유저를 치료할 필요성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마녀 사냥식 여론 만들기와 억지 법안 통과는 결국 아무 효과도 없이 극심한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비교되는 사태가 미국의 금주법으로 알코올 중독 및 과도한 음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은 있지만 그 대책으로 아예 금주를 택한 것이 더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은 바 있습니다.
이미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건전하게 즐기는 여가 문화라는 점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과도하게 여기에 몰입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을 치료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도와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게임 = 악 혹은 마약' 이라는 전제하에 무리한 법안을 만들려고 한다면 세대간 갈등은 깊어지고 실효성이라곤 전혀 없는 괴상한 법안들만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발한다면 우리가 추진하는 일이 비록 옳은 취지라 할지라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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