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한개의 원자에 정보를 기록하기




 점차 정보량이 폭증하면서 이를 기록할 공간은 반대로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비트 (bit) 단위의 정보량을 기록하는 공간은 미세 공정의 진보에 따라 이제 수십 nm 이하까지 작아졌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한도 끝도 없이 작아질 수는 없겠죠. 점차 미세화가 진행함에 따라 원자 하나 크기 수준까지 도달하면 미세화는 한번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세계 많은 연구자들은 분자는 물론 심지어 원자 하나에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 칼스루헤 연구소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KIT)) 의 볼프 볼프헤켈 (Wulf Wulfhekel) 과 그의 동료들은 원자 한개에 1 bit 의 정보 (Single - atom bit) 를 저장하고 이를 안정화 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전에도 여러 과학자들이 원자 하나에 정보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자기화된 원자 (magnetic atom) 한개 한개를 비자기화된 물체의 표면에 고정하는 데는 성공한 과학자들은 동시에 이 원자들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보를 기록한 원자가 전자나 그 양자 역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상태가 수시로 바뀐다면 사실상 정보가 지워지는 셈이기 때문에 정보를 장기간 보존하는 일은 불가능 했습니다.


 이번 연구팀이 성공한 부분은 이 안정화로 희토류 원소인 홀뮴 (Holmium) 원자를 백금 위에 특수하게 배열한 후 수분에서 최대 10 분까지 그 자기적 특징을 유지하도록 안정화시켰습니다. 기존의 연구에서 최대 수 밀리세컨드 (ms) 에 불과했던 부분을 크게 개선 시킨 부분입니다. 장기간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 10분은 매우 짧지만 빈번에게 데이터를 쓰고 지우는 메모리에 활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진보한 것입니다. 기존의 원자 비트 기록은 너무 지속시간이 짧아서 이를 바탕으로 프로세싱 작업을 구현하기가 불가능했으나 이제는 시도할 만 하다는 것이죠. 물론 10 분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라기 보단 이전보다 크게 시간을 늘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백금 (Pt) 위에 놓인 홀뮴 (Ho) 원자들의 3 차원 이미지를 STM 으로 구현한 것 Three-dimensional topographic STM image of single Ho atoms adsorbed on Pt(111) at 4.4 K. Credit: Nature 503, 242–246 (14 November 2013) doi:10.1038/nature12759  )       


 실제로 이들이 원자의 상태를 안정화 시킨 메카니즘 부분은 매우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부분이지만 아무튼 홀뮴 원자 내의 전자의 양자 역학적 요동을 안정시켜 1 bit 의 데이터를 한 개의 원자에 보다 장기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작업은 절대 영도의 가까운1 K 에서 이뤄졌으며 각각의 원자의 자성 기록은 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을 통해 이뤄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당장에 실용화와는 다소 거리가 먼 내용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연구가 미래의 양자 컴퓨팅과 원자 단위 데이터 기록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과연 원자 컴퓨팅이나 혹은 전자의 스핀을 이용한 스핀트랜지스터를 사용한 제품이 진짜 우리 주변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 언제일지 궁금해 집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Toshio Miyamachi, Tobias Schuh, Tobias Märkl, Christopher Bresch, Timofey Balashov, Alexander Stöhr, Christian Karlewski, Stephan André, Michael Marthaler, Martin Hoffmann, Matthias Geilhufe, Sergey Ostanin, Wolfram Hergert, Ingrid Mertig, Gerd Schön, Arthur Ernst, Wulf Wulfhekel. Stabilizing the magnetic moment of single holmium atoms by symmetryNature, 2013; 503 (7475): 242 DOI: 10.1038/nature1275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