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 팀이 Nature Climate Change 에 최근 게재한 논문에 의하면 설령 현재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지금부터 중단하더라도 현재의 온난화 추세는 수세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주장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는데, 현재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 가스가 자연적으로 제거되어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산업 시대 이전에는 280 ppm 에 불과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 400 ppm 이라는 최근 수십만년간 도달한 적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복사 에너지를 흡수해서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해 온실 효과를 일으킵니다. 이런 온실효과는 지구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으로 유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을 온실 효과를 제외하고 생각했을 때 가능한 열적 평형 상태인 - 18 ℃ 가 아니라 약 14 ℃ (1901 - 2000 년 사이 평균 지구의 바다 및 육지 평균 기온이 13.9 ℃) 정도로 높게 유지 시킵니다. 따라서 사실 온실 가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인간이 살수 없는 행성이 되었겠지만 온실가스가 갑자기 증가하는 경우 역시 위험한 일이 될 것입니다. 기후 시스템이 급작스럽게 변하게 될 테니 말이죠.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자들은 (Thomas Lukas Frölicher, Michael Winton, Jorge Louis Sarmiento) 새로운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통해서 지구 대기 중에 1조 8000 억 톤의 탄소가 유입된 후 갑자기 탄소 유입 (즉 이산화탄소 배출) 이 중단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습니다. 이 경우 이미 인위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향후 1000 년간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처음 20 년간 과다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40% 는 대양과 토양으로 흡수되겠지만 80% 가 흡수되는 데는 1000 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현재 IPCC 에서는 산업 시대 이전과 비교해서 섭씨 2 도시의 온도 상승으로도 지구 기후 시스템에 위험한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전 연구들에 의하면 이 수준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대기 중으로 인위적으로 배출된 탄소의 누적 총량이 1 조톤이 넘지 않아야 한다고 했지만 Frölicher 등에 의하면 이 수치는 생각보다 더 낮은 7500 억톤 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인간이 대기 중으로 방출한 누적 탄소량이 5000 억 톤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여유는 별로 없는 상태인 셈입니다.
(빙핵 코어 데이터를 기준으로 본 지난 40 만년간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 200 - 280 ppm 을 오가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 400 ppm 에 육박한 상황 This figure was prepared byRobert A. Rohde from publicly available data and is incorporated into the Global Warming Art project.
Data Source
- (blue) Vostok ice core: Fischer, H., M. Wahlen, J. Smith, D. Mastroianni, and B. Deck (1999). "Ice core records of Atmospheric CO2 around the last three glacial terminations". Science 283: 1712-1714.
- (green) EPICA ice core: Monnin, E., E.J. Steig, U. Siegenthaler, K. Kawamura, J. Schwander, B. Stauffer, T.F. Stocker, D.L. Morse, J.-M. Barnola, B. Bellier, D. Raynaud, and H. Fischer (2004). "Evidence for substantial accumulation rate variability in Antarctica during the Holocene, through synchronization of CO2 in the Taylor Dome, Dome C and DML ice cores".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224: 45-54. doi:10.1016/j.epsl.2004.05.007
- (red) Law Dome ice core: D.M. Etheridge, L.P. Steele, R.L. Langenfelds, R.J. Francey, J.-M. Barnola and V.I. Morgan (1998) "Historical CO2 records from the Law Dome DE08, DE08-2, and DSS ice cores" in Trends: A Compendium of Data on Global Change. Carbon Dioxide Information Analysis Center,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artment of Energy, Oak Ridge, Tenn., U.S.A.
- (cyan) Siple Dome ice core: Neftel, A., H. Friedli, E. Moor, H. Lötscher, H. Oeschger, U. Siegenthaler, and B. Stauffer (1994) "Historical CO2 record from the Siple Station ice core" inTrends: A Compendium of Data on Global Change. Carbon Dioxide Information Analysis Center,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artment of Energy, Oak Ridge, Tenn., U.S.A.
- (black) Mauna Loa Observatory, Hawaii: Keeling, C.D. and T.P. Whorf (2004) "Atmospheric CO2 records from sites in the SIO air sampling network" in Trends: A Compendium of Data on Global Change. Carbon Dioxide Information Analysis Center,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Department of Energy, Oak Ridge, Tenn.,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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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에 의하면 해양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서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데 있어 완충작용을 하게 되지만 반대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지구 기온이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완충작용을 하게 됩니다. 즉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해양이 이를 과보상 (overcompensate)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설령 이산화탄소 농도가 내려간다고 해도 지구 기온은 빠른 속도로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지구 기온에서 해양의 피드백 효과를 더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새로운 모델링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구 기후 모델은 어떤 시뮬레이션 보다도 더 복잡합니다. 이 연구의 저자들도 피드백의 강도를 포함해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누적 1 조톤이라는 인위적 탄소 배출 목표 역시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20 세기 동안 0.74 ℃ 의 기온 상승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비해 분명 낮은 수준의 변화라는 점입니다. 이는 일단 지구의 완충작용에 의한 것이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구 기온을 현재 시점에서 묶어둘 가능성은 낮습니다. 지구 기후는 점차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Thomas Lukas Frölicher, Michael Winton, Jorge Louis Sarmiento. Continued global warming after CO2 emissions stoppage. Nature Climate Change, 2013; DOI: 10.1038/nclimate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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