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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186 - 은하 중심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



 이전 포스트에서 몇차례 소개한 것 처럼 우리 은하 중심에는 다른 은하 중심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합니다.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대략 태양 질량의 400 만배나 되는 거대 질량 블랙홀 (Super Massive Black Hole  SMBH)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블랙홀은 은하 중심의 수많은 별과 두꺼운 가스에 가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대신 강력한 전파를 방출하기 때문에 그 존재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궁수자리 방면의 강력한 전파 방출원이기 때문에 궁수자리 A* (Sagittarius A*) 라고 명명되어 있죠. 이 거대 블랙홀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은하 중심 블랙홀의 실제 모습은 : http://jjy0501.blogspot.kr/2013/01/139.html

 은하 중심 블랙홀에 가장 근접한 항성 발견 : http://jjy0501.blogspot.kr/2012/10/115.html


 블랙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종합하면 이 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 A* 는 주변에는 블랙홀 주변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들이 팽이 처럼 소용돌이 치면서 만들어진 강착 원반과 더불어 이 원반의 양 수직 방향으로 강력한 제트가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별들이 집중적으로 모인 은하 중심부근인데다 지구에서 26000 광년이나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끌려온 가스와 먼지가 뒤덮고 있어 이를 관측하기란 대단히 곤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천문학자들은 찬드라 X 선 위성과 미국의 국립 과학 재단의 VLA (Very Large Array)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서 이 제트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제트안에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엄청난 고온으로 뿜어져 나오게 되는데 따라서 가시광 보다는 X 선 같은 높은 에너지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방출되는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의 증거  New evidence has been uncovered for the presence of a jet of high-energy particles blasting out of the Milky Way's supermassive black hole. (Credit: X-ray: NASA/CXC/UCLA/Z.Li et al; Radio: NRAO/VLA) ) 


 위의 사진에서 관측된 제트는 한쪽 방향으로 반대 방향 제트는 가스와 먼지에 의해 가려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은하의 제트를 관측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 은하가 생성된지 오래된 안정된 은하라 은하 중심 블랙홀으로 빨려들어가는 물체의 양이 크기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갑자기 은하 중심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체가 많아지면 강력한 제트가 은하 밖으로 까지 뿜어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질들은 블랙홀에 가까이 갈수록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차이 때문에 잘게 조각난 후 블랙홀 주위의 강착 원반 (Accretion disk) 에 합류하게 됩니다. 강착 원반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블랙홀 주변의 물체들이 그 주변을 초고속으로 공전하면서 생성되는 것으로 이 역시 강력한 전파 방출원입니다. 


 이곳에서 물질들이 서로 마찰과 열에 의해 믹서기 처럼 갈리면 원자 내지는 아원자 입자단위로 갈려나간 물질이 최종적으로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면 아래로 흡수됩니다. 즉 블랙홀에 삼켜지는 것이죠. 그러나 모든 물질이 빨려들어가지 못할 만큼 양이 많으면 일부는 자기장을 따라서 강착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초고속으로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아래 사진과 그림 참조) 이 때 강착 원반은 블랙홀의 자전 방향에 수직으로 형성되며 제트는 자전축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쉽게 말해 강착 원반은 블랙홀의 적도 상공에, 제트는 남극과 북극 방향으로 나온다는 것이죠.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모식도  Credit : NASA)  



(5000 광년에 달하는 아광속 제트를 뿜어내는 M87 은하.   This Hubble Space Telescope photograph shows the jet of matter ejected from M87 at nearly light speed, as it stretches 1.5 kpc (5 kly) from the galactic core. Credit : NASA/ESA )  


 M87 처럼 거대한 제트를 뿜어내는 경우 가시광 영역에서도 관측이 가능하겠지만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그다지 많은 물질을 흡수하는 중이 아니라서 제트를 관측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제트가 존재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관측 결과는 이와 같은 이론을 지지하는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라면 제트의 방향을 알아냄으로써 은하 중심 블랙홀의 자전 방향을 알수 있다는 것이죠. 그 결과 은하 중심 블랙홀의 자전 축은 은하의 자전축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언급했습니다. 이는 최근에 자전축을 흔들만큼 큰 충돌이 없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은하가 자전하는 것과 동일하게 자전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자전축이 바뀌려면 아주 큰 충돌이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두 은하의 충돌이 그런 경우 입니다. 이 경우 은하 중심 블랙홀은 궁극적으로 서로 충돌 할 수 있는데 이 때 제트의 방향은 은하의 자전 방향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은하의 경우 최근에 대규모 은하 충돌은 겪지 않았죠. 앞으로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 가능성은 있지만 수십 억년 후의 일이 될 예정입니다. 그 때는 엄청난 장관이 있겠지만 지구에서 이를 관측하기는 아마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시점의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테고 아마도 그 전에 인류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을 테니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Zhiyuan Li, Mark R. Morris, Frederick K. Baganoff. Evidence for A Parsec-scale Jet from The Galactic Center Black Hole: Interaction with Local Gas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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