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 년 11월 21 일 전기 요금을 다시 평균 5.4% 인상하면서 (이전 포스트 참조http://blog.naver.com/jjy0501/100200162525 ) 정부는 이전부터 거론해온 가정용 전기 요금 누진제 개편은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좀더 개편안을 가다듬은 후 이를 시행한다는 이야기인데 정부와 여당이 전기 요금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섣불리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1-2 인 가구 및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요금이 크게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새로 바뀐 가정용 전기 요금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본요금(원/호) | 전력량 요금(원/kWh) | ||
---|---|---|---|
100kWh 이하 사용
|
410
|
다음 100kWh 까지
|
60.7
|
101 ~ 200kWh 사용
|
910
|
다음 100kWh 까지
|
125.9
|
201 ~ 300kWh 사용
|
1,600
|
다음 100kWh 까지
|
187.9
|
301 ~ 400kWh 사용
|
3,850
|
다음 100kWh 까지
|
280.6
|
401 ~ 500kWh 사용
|
7,300
|
다음 100kWh 까지
|
417.7
|
500kWh 초과 사용
|
12,940
|
500kWh 초과
|
709.5
|
이 요금표는 최저 구간과 최고 구간 사이 요금 차이가 11.7 배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 요금제가 너무 오래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수십년전 이 누진제를 만들 때만 해도 300 kWh 이상 사용하는 가구는 거의 드물었습니다. 따라서 일부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가구에 대해서 많은 요금을 부과해 과소비를 막겠다는 것이 본래 누진제의 취지 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 2012 년에 이르면 2 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전력 소비량은 310 kWh 에 이르고 있습니다. 즉 누진제가 이제는 일반 중산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계절적인 변동입니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력 소비의 특징은 주로 여름철 무더위와 겨울철 한파 때 전력 소비량이 급증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1 년중 한여름과 한겨울에 냉난방을 하게 되면 전기 요금이 누진제에 따라 '폭탄' 수준으로 나오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4-5 만원 내다가 어떤 달은 10 - 20 만원 내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고소득층이라면 크게 부담되지 않겠지만 중산층에게는 꽤 부담되는 금액으로 요즘은 여름철과 겨울철마다 이로 인한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누진제 덕분에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해 가정용 전기 요금이 훨씬 비싼 점 역시 일반 국민들이 불만이 누적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이전부터 누진제 개편안이 거론되어 왔습니다. 일단 새누리당의 에너지 특별 위원회는 누진제를 외국의 경우처럼 3 단계로 간편화 시키고 요금 차이 역시 현행 11.7 배 보다 상식적인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의하면 100 kWh 단위로 되어 있는 현행 요금 구간을 월 200 kWh 이하, 200 - 600 kWh 구간, 600 kWh 이상 구간으로 현실성 있게 나눠서 3-4 인 가구가 중심을 이루는 중산층 가구를 보호하고 계절적 요인에 의한 요금제 폭탄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과소비 가구의 전기료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새롭게 800 혹은 900 kWh 이상 구간을 만들어서 전력 과소비를 막는 방안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 이는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정부나 여당이 선뜻 개편안을 추진하지 못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한전과 전력 관련 공기업들의 부채는 2012 년 말 기준으로 95 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연결 재무재표 기준상 100 조원도 돌파한 상태입니다. 한전과 연관 전력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한데 그 이유가 있지만 최근에 원전 비리와 잦은 고장으로 인해 원전 발전의 비중이 줄고 훨씬 비싼 천연 가스, 석유, 석탄을 이용한 발전의 비중이 늘어난데도 그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에 전력 수요 급증으로 비싼 돈을 주고 민간 및 기업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들인 것도 이유입니다. 한전은 현재 있는 빚을 갚기는 커녕 올해 상반기에만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데에는 물론 정부가 애시당초 전력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것도 이유가 되겠죠.
이런 상황에서 누진제를 개편하면서 요금을 깎아 줄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전의 주장에 의하면 아직도 요금이 원가보다 낮은데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원가 자체가 올라갔으므로 그것 자체는 맞는 말이겠죠. 이걸 쉽게 이야기 하면 누진제를 손보면서 지금 요금을 최소한 유지하거나 현실화 (= 요금 인상) 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원가 이하로 공급 중인 200 kWh 이하 요금을 현실화 해야 합니다.
한국전력등에 따르면 100 kWh 이하 요금을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수의 16% 인 329 만 가구인데 이들의 요금을 현실화 할 경우 요금 인상은 170% 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현행 2 단계인 101 - 200 kWh 상용자의 경우 34% 정도 요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물론 구체적인 요금제 조정은 아직 미정입니다. 이 금액이나 비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요금을 대폭 내려주면 한전이 더 심하게 부실화 될 것이므로 누진제를 손보면서 요금을 내려줄 수는 없는 게 고민입니다. 따라서 전체 요금은 유지하면서 최하 구간과 최고 구간의 격차를 손볼 생각인데 이 말은 지금까지 최하 구간에 속했던 사람들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최고 구간에 속하던 사람들의 요금이 내려가겠죠)
이 경우 저소득층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등을 통해 보완한다는 대안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수백만명을 모두 그렇게 도와줄수는 없는 일이고 누진 1/2 구간 대상자 상당수가 지금보다 요금이 더 나오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함부로 누진제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결국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 부담을 줄이고 서민층 부담을 늘리는 개편안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누진제를 개선하면 계절적인 요인에 의한 요금 폭탄을 줄이고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구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겠죠. 그런데 본래 인간 심리상 요금이 조금 내리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반면에 요금을 올린다면 반발이 극심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반발이 더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11.21 전기 요금 인상에 누진제 개편안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로 여겨집니다.
대안이 있다면 월 100 kWh 이하, 101 - 200 kWh 구간은 그대로 요금제를 유지하고 200 - 600 kWh 를 단일 구간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려면 이 구간 사용자의 평균 요금을 인상해야 합니다. 사실 누진제 자체가 불만이라기 보단 요금이 비싼게 불만의 주 이유인 점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반발이 심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 경우 지금은 월 몇 만원 정도 부담하는 201 - 300 kWh/월 사용자의 반발이 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더 윗구간의 평균 요금을 내야 하니까요.
결국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불만이 속출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누진제 개편안이 지지부진하게 진행 중인데 현재 국민과 정부, 그리고 한전이 원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아마도 이런 갈등을 빚는 원인일 것입니다. 즉 국민들은 누진제를 포함해서 비싼 가정용 전기 요금을 내는 것이 불만이지만 정부와 한전은 요금제를 현실화시켜 한전 및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화를 막고 전기 소비를 줄이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이런 동상이몽이 지속되다 보니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지만 현행 누진제도는 전기 요금 누진제를 시행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구간이 많고 차이도 많이나는 문제는 있습니다. 따라서 누진제 개편에 대한 요구를 계속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개편안을 도출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가 될 듯 합니다. 누진제를 손보면서 요금을 낮춰주면 국민들은 좋아하겠지만 한전 적자가 답이 없는 상태가 될 테고 한겨울/한여름 전력 소모량도 더 늘어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대로 요금을 올린다면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한전의 적자도 줄일 수 있겠지만 개편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심할 것입니다.
과연 진짜 개편이 될 수 있을 지, 그리고 실제로 개편이 된다면 어떤 개편안이 나오게 될지는 지금으로썬 알 수 없는 문제겠지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전기 요금이 대폭 저렴해지는 일은 아마도 생각하기 힘들고 굳이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면 인상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물론 가정용 뿐만 아니라 산업용, 상업용 등 다른 부분 요금도 함께 말이죠.
(한편 여담이지만 지난 5 년간 30% 이상 전기 요금이 인상된 산업용 전기 요금에 대해서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와 한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재계는 이미 원가 회수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는 중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나중에 다뤄볼 기회가 있을 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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