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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 또 인상


 2013 년 11월 19일 한국 정부는 기습적으로 (?) 전기료 인상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2013 년 1 월에 전기 요금을 평균 4% 인상한데 이에 다시 평균 5.4% 를 인상하기로 결정하므로써 2013 년에만 거의 10% 에 가까운 전기 요금이 인상된 셈입니다. 2013 년 11월 21일 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 인상은 


평균 : 5.4%
주택 : 2.7%
일반 : 5.8 %
산업 : 6.4%
교육 : 0%
가로 : 5.4%
농사 : 3.0%
심야 : 5.4% 


 입니다. 지난 1 월 요금 인상때와 마찬가지로 주택 요금 보다는 산업 요금이 더 올랐는데 산업용 전기 사용이 매우 많고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로써 지난 2011 년 8월 이후 5 차례에 걸쳐 총 20% 이상 전기 요금을 인상한 셈입니다. 



(지난 2년 반동안 전기 요금 인상. 산업 통상 자원부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작성 )


 지난 2013 년 1 월 전기 요금을 인상하면서 산업 통상 자원부와 한전은 전기 요금이 원가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13 년 1분기 한전은 1604 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는데 2010 년 연결결산 실적을 산출한 이후 첫번재 분기 흑자였습니다. 따라서 그 시점에는 한동안 추가적인 전기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서 원가 보전을 해주기 위해 1년 반동안 전기요금을 무려 4 차례나 올려줬으니 말이죠.  


 하지만 여름이 오기전 모두가 잘 아시는 원전 비리가 터지면서 원전이 줄줄이 멈췄고 원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훨씬 비싼 석탄 및 가스 발전을 풀가동하면서 한전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한전은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부채가 증가해서 이미 100 조원대 부채를 지닌 LH 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부채를 지닌 공기업이 되었습니다.


 한전 단독으로도 2012 년 말 기준으로 95조 886 억원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2011 년말 82조 6639 억원 대비 10 조원이 넘게 증가한 것입니다. 여기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한전과 다른 발전사의 부채를 합치면 이미 100 조원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부채에 대한 천문학적인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판에 다시 원전 비리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상황에서 겨울 전력 사용 피크 철이 다가오자 정부에서 용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시기적으로 한창 추위가 오기전에 전기 요금을 인상해야 해야 전력 사용 억제 효과도 있고 내년 6월 지방 선거 (2014 년 6월 4일로 예정됨) 이 오기 전에 한번 인상해야 한다면 가급적 빨리 인상해야 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19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 차관은 전경련에서 주장하듯이 산업용 전기 요금 원가회수율이 100% 를 이미 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실제로는 90% 중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혀 전기 요금이 추후에도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만약 다시 필요성이 있다면 내년 6월 지방 선거가 끝나고 나서 한여름 전력 피크가 오기 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더 인상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죠. 올해 초만 해도 한동안 인상 안할 줄 알았으니... ) 


 아무튼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 수준도 높고 그 증가폭도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의하면 GDP 대비 (절대량이 아니라) 전기 소비 수준은 1 달러당 497 Wh (2011 년 기준) OECD 평균인 1 달당 267 Wh 보다 70% 이상 높다는 것입니다. 전기 소비 증가율은 2008년 4.5%, 2009년 2.4%, 2010년 10.1%, 2011년 4.8%, 2012년 2.5%에 달해 최근 5 년 사이 누적 20% 에 가깝게 전기 소비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렇게 급격한 전기 소비 증가를 미처 예측하지 못했으므로 최근 몇년간 한국은 블랙 아웃의 공포를 주기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진단에 의하면 이는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2005 년에서 2012 년 사이 에너지 가격은 수요 증가에 의해서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등유 가격이 60%, 도시 가스 가격이 75% 증가하는 동안 전기 가격 증가율은 33% 에 불과했습니다. 즉 전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셈입니다. 


 이에 중앙집중식으로 가스 냉방 (천연 가스를 이용해서 냉방을 하는 방식으로 그 원리에 따라 흡수식과 가스히트펌프(GHP) 식으로 나눌 수 있음) 을 하던 대형 건물들이 전기로 작동하는 에어컨으로 변경하는 경우들이 많았고 난방에 있어서도 각종 전열 기구들이 최근 몇년간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에너지 수급면에서 큰 왜곡이 일어났다는 것이 정부 주장입니다. 에너지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더 에너지 낭비적인 방식이거든요. 


 이것은 석유나 천연 가스보다 당연히 더 비싸야할 전기가 오히려 더 저렴하게 공급되어 (본래대로라면 가스와 석유로 생산되는 전기가 당연히 더 비쌀 수 밖에 없겠죠) 나타난 부작용이긴 한데 여러가지 세금 체계가 이런 부작용을 만든 요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기료가 자꾸 억제 되는 바람에 원가 이하로 공급된 부분도 있지만 세금 체계 역시 에너지 이용의 왜곡을 일으킨 주범입니다. 석유에 전기보다 더 많은 세금이 붙으니 전기가 상대적으로 싸진 셈이거든요. 


 그외에 세금 체계에 여러가지 모순이 있어서 정부는 이것도 손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모순이란 석탄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세금이 붙지 않는 에너지원이 본래 가격과는 상관없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해지는 이상한 모순이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발전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은 사실 석탄 발전인데 이 발전용 유연탄은 LNG, 등유, 프로판 같이 다른 화석연료와는 달리 세금이 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kg 당 30 원 (시행 초기 과중한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30% 탄력 세율을 적용 kg 당 21 원으로 과세)  의 개별 소비세 과세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대신 LNG는 ㎏당 60원에서 42원으로, 등유는 ℓ당 104원에서 72원으로, 프로판은 ㎏당 20원에서 14원으로 각각 세율이 인하된다고 합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석탄과 가스는 발전용 화석 연료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데 최근 셰일 가스 붐과 나날이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석탄 발전이 내리막을 걷고 가스 발전이 늘어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석탄 발전이 강세였습니다.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세금이었는데 이 모순 (사실 미국처럼 세금이 거의 없다고 가정하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할 수는 없는 상황) 을 바로 잡기 위해 발전용 석탄에도 세금을 부과한 셈입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가스 발전의 비중을 늘릴 계획인데 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온실 가스 감축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오염 물질이 적음) 하지만 현행 세금 체계로는 석탄 발전이 단가면에서 유리하므로 석탄에는 세금을 새로 매기고 나머지엔 세금을 줄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전체로는 세금이 늘어나게 되므로 부가적으로 정부 수입이 늘어납니다. 정부는 8300 억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결국 인상된 전기 요금 만큼 세금을 더 내는 셈이죠. 정부에 의하면 늘어난 세수는 에너지 복지 확충등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즉 이번 전기 인상 요금 뒤에는 세금 신설이 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증세는 없지만 세금 신설은 있는 셈이죠. 다만 에너지 세금 조정은 발표는 같이 되도 실제 시행은 내년 7월 부터입니다.)    


 아무튼 전기 요금을 인상한다고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산업계는 이번 조치로 연간 1.4 조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강 산업처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전경련의 주장에 의하면 산업용 전기 요금을 5% 인상할 경우 GDP 는 0.203% 감소하는 반면 소비자 물가는 0.2%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로써도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장기 전력 수요 예측의 실패로 인해 발전용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는 상태라 어떻게든 전력 수요를 억제해야 하고 그러자면 가격 인상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한전의 부채 증가 속도 역시 기록적이라 결국 요금 인상외에는 별 답이 안나오는 상황입니다. 결국 산업계나 일반 국민들의 불만이 있더라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사실 이번 인상보다 진짜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라고 할까요. (이 예감 만큼은 빗나가길 바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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