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구름이 떠다닌다면 꽤 이상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주로는 수소로 이뤄진 성간 구름 (interstellar cloud) 들이 우주 곳곳에 존재합니다. 사실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거의 진공이나 다를 바 없는 공간이지만 우주의 다른 곳보다 분자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구름이란 명칭이 붙은 것이죠. 당연히 육안으로는 관측이 되지 않으며 전파 망원경 같은 관측 장비를 이용해서 그 존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성간 구름은 은하계 안에도 존재하지만 은하계 밖에도 거대한 성간 구름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성간 구름들은 은하계를 형성하는데 합류하지 못하고 남은 가스이거나 혹은 은하끼리의 충돌에서 남은 잔해들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런 은하계 밖에 구름 중에서 꽤 흥미로운 존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스미스 구름 (Smith's Cloud) 입니다.
스미스 구름은 거대한 수소 구름으로 그 크기는 길이 3000 파섹 (9800 광년), 폭 1000 파섹 (3300 광년) 에 달하는 초대형 성간 구름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구름의 질량이 적어도 태양의 100 만배에 달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혜성 모양의 스미스 구름은 지구에서 11100 파섹 (36000 광년) 에서 13700 파섹 (45000 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만약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면 오리온 자리 만한 크기로 달보다 훨씬 클테지만 물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스미스 구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사실 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우리 은하에 충돌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 구름은 초당 73 ± 26 km 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2700 - 3000 만년 후에는 우리 은하의 페르세우스 팔 (Perseus arm) 에 충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빠른 이동 속도 때문에 스미스 구름은 high-velocity cloud (HVC) 로 분류됩니다. 지금까지 수백개의 HVC 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우리 은하에 충돌하는 경로에 들어선 스미스 구름 (아래 쪽) Artist’s impression of the Smith Cloud’s plunge into the disk of the Milky Way, which it’s destined to hit in approximately 30 million years. The cloud, seen in orange and yellow at bottom of the image, is actual data from the Robert C. Byrd Green Bank Telescope (GBT). (Credit: Bill Saxton (NRAO/AUI/NSF)) )
물론 희박한 수소 구름이기 때문에 우리 은하에 충돌한다고 해서 은하계가 산산조각나거나 할 위험은 없습니다. 대신 충돌 부분에서는 수소 분자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자체 중력에 의해 압축되는 가스 덩어리들이 생기게 되며 결국 수많은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별을 만는데 쓰이는 주 재료인 수소를 가지고 우리 은하에 오는 만큼 결국 3000 만년 이후에 우리 은하에 수많은 별이 탄생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스미스 구름이 이미 암흑 물질 은하 헤일로 (dark matter halo) 에 7000 만년 전에 충돌하고 더 안쪽의 우리 은하도 돌진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우리 은하 주위를 덮고 있다는 이론이 암흑 물질 헤일로인데 아무튼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스미스 구름은 정체 불명의 암흑 물질을 헤치고 들어오는 셈입니다. 아무튼 현재 스미스 구름은 은하 헤일로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놀랍게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모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제 천문학자 팀은 자기장의 포스 (Force field) 가 이 스미스 구름을 보호하는 것 같다는 내용을 The Astrophysical Journal 에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립 과학 재단의 Karl G. Jansky Very Large Array (VLA) 전파 망원경과 Robert C. Byrd Green Bank Telescope (GBT) 전파 망원경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천문학자들은 스미스 구름 내부에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자기장 (Magnetic field) 가 존재하며 이것이 구름을 보호한다는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호주의 영연방 과학 산업 연구 기구 (Australia's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zation (CSIRO)) 의 과학자이자 이 연구의 주저자인 알렉스 힐 (Alex Hill) 은 "우리에게는 스미스 구름이 은하 헤일로 안에서 지구 대기에 들어선 운석처럼 타 없어지지 않도록 자기장이 보호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There's good reason to believe that magnetic fields can prevent their 'burning up' in the halo like a meteorite burning up in Earth's atmosphere." 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렇게 큰 분자 구름이 앞으로 은하계 본체의 디스크에 충돌할 예정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이 정도 크기의 구름을 보호할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더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이라면 말이죠. 아마 이 가설에 대해서 앞으로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스미스 구름이 은하계 안쪽으로 들어와 결국 합쳐지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성간 구름의 존재는 사실 꽤 흔하며 은하의 진화와 별의 생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Alex S. Hill, S. A. Mao, Robert A. Benjamin, Felix J. Lockman, Naomi M. McClure-Griffiths. Magnetized Gas in the Smith High Velocity Cloud.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777 (1): 55 DOI: 10.1088/0004-637X/777/1/55
- Nichols, M.; Bland-Hawthorn, J. (2009). "The Smith Cloud: High-Velocity Accretion and Dark Matter Confinement". The Astrophysical Journal 707 (2): 1642. arXiv:0911.0684. Bibcode:2009ApJ...707.1642N. doi:10.1088/0004-637X/707/2/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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