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한국 사회는 미래에 큰 충격을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교육 부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앞으로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은 여기에 찬성하든 아니든 결국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학력에 대한 비이성적인 집착의 결과로 (교육이 목표라기 보다는 학벌에 대한 열망이 더 큰게 사실이니까요) 지난 수십년간 대학 정원은 크게 늘어난 반면 대학에 진학할 학생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2013 년 10월 17일 연세대에서 교육부 주체로 열린 '대학 구조 조정 토론회' 에서 정부는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 조정을 더 과감하게 실행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에 의하면 2023 년까지 현재 56 만명인 대학 정원을 16 만명 줄어든 40 만명 까지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등학교 졸업자가 2013 년 63만 1835 명에서 2018 년에는 현재 대학 정원 보다 적은 54 만 9890 명으로 줄어들고 2023 년까지는 40 만 5172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90년대만 해도 70 - 80 만명에 달하던 고등학교 졸업자수는 이미 급격하게 감소했고 미래에는 더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나라 대학들은 대부분 등록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만약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지면 경영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사립대들이 큰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다니던 학교가 경제 문제로 폐교되거나 파행 운행될 경우 해당 학교의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도 큰 피해를 입게될 것이므로 지금부터 미리 조정을 해 나가자는 의견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로 대학 구조조정은 이전 이명박 정부때 붙부터 시행해온 과제입니다. 2011 년 부터 하위 15% 의 대학 중 부실 대학을 가려내 지원 중단 및 선별적인 퇴출 작업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3 년에도 교육부는 2014 년 부실 대학 명단을 발표 35 개 대학을 부실 대학으로 지정하고 학자금 대출 및 정부 지원에 제한을 둘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퇴출된 대학은 몇개 되지 않고 대학 정원 역시 대폭 줄어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정원 감축과 퇴출의 칼바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교육부 안은 대학을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의 5 개 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 등급외는 정원을 강제 감축하되 최우수 대학도 정원을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정원을 줄여나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주로 수도권에 몰린 상위권 대학들과 지방대 및 전문대학들이 입장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일단 수도권 소재 명문대들, 특히 SKY 라고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대학의 차이를 무시한 일괄적인 정원 감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가 왠만큼 줄더라도 정원 미달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원 감축에 소극적입니다.
반면 지방대들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위 SKY 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이 정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지방 소재 대학들만 일방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방 소재, 4 년제가 아닌 대학 부터 정원이 비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격차가 더 커져서 지역 불균형이 매우 심하게 될 것이며 많은 지방대가 폐교되면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퇴출 가능성 높은 대학은 학생들이 더 안가려고 할 테니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겠죠.
지방 대학 가운데는 4 년제와 2 년제, 지방과 수도권 대학을 나눠서 감축 인원을 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곳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당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일부 지방대학은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교직원들이 직접 고등학교 대상으로 대학 홍보를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할당량을 정해놓고 여기에 미달하면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교과부 입장은 워낙 많은 정원을 줄여야 하다 보니 모든 대학이 여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줄여야 하는 정원을 생각할 때 타당한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정원 감축 = 대학의 등록금 감축이 될 수 밖에 없는 점을 생각하면 등록금 재정 의존도가 높은 대학일 수록 적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령화와 더불어 각종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재원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정부에서 대학 지원금을 대폭 늘려 재정을 확충해 준다는 것은 솔직히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상당수 대학은 불가피 하게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일부 대학들은 퇴출되는 운명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구나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가 100%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앞으로 10 년간 16 만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감축해야 하겠죠. 감축을 안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미달인 학과와 대학이 대거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지방대학들이 정원 감축에 더 적극적인 것도 어차피 닥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불이익을 덜 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수도권, 상위권 대학의 인원 감축을 같이 이끌어내지 못하면 지방대는 학생수가 더 심각하게 감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위권,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감축에 소극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갈등의 배경에는 수도권 - 지방 불균형이라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외에도 앞으로 닥칠 수 밖에 없는 고령화라는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짐과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이 겹치면서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청소년층과 청년층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9 년 749 만명이던 초중고 학생 수는 2013 년에는 653 만명으로 불과 4년만에 100 만명 가깝게 감소했고 앞으로도 이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는 미래 한국 사회에 아주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이민이 이를 완화시키긴 하겠지만 수백만명 이상이 이민을 온다해도 근본적인 변화를 막을 수 없을 만큼 인구 구조의 변화가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학 정원 조정은 이와 같은 미래 충격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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