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호박이 밝힌 중생대의 비밀 - 공룡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진화했다 ?



 지구가 막 생겼을 무렵, 대기 중에는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생물활동의 결과물로 대기중에 산소가 생겨났죠. 산소의 등장은 지구의 생명진화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는데 산소를 이용한 화학 반응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다세포 생물의 진화와 생물의 몸이 커진 것은 산소 농도가 높아진 덕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 억년인 석탄기에는 현재의 석탄을 형성한 식물들이 왕성하게 번성해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30% 를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억년전의 산소 농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산소 농도를 측정하게 되는데 연구에 따라서 추정치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스부르크 대학 (University of Innsbruck) 의 랄프 타페트 (Ralf Tappert) 가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나무의 수지가 굳어서 만들어진 화석인 호박 (Amber) 을 분석해서 트라이아이스기 당시 산소 농도가 생각보다 낮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식물을 포함한 호박.  이런 호박은 수백만년동안 변하지 않고 보존되기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The team analyzed amber samples from almost all well-known amber deposits worldwide. This amber originates from the Cretaceous period, an inclusion of foliage of the extinct conifer tree Parataxodium sp. from the Foremost Formation at Grassy Lake, Alberta, Canada. It is approximately 77 million years old. (Credit: Ryan C. McKellar) ) 


 유럽, 캐나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생화학자, 광물학자들로 구성된 과학자팀은 전세계에서 발견된 호박을 조사해 지구의 역사에서 대기 산소 농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했습니다. 이들이 재구성한 가장 오래된 연대는 2억 2000 만년 전으로 총 412 개의 화석화된 수지 (resin 혹은 호박 amber) 와 126 개의 현대 수지를 분석해서 비교했습니다.  


 식물의 경우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게 되는데 이 때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에 따라 12C / 13C 같은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들이 분석한 연구팀은 2억 2000 만년 전의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오늘날의 21 % 보다 더 낮은 10 - 15% 사이였다고 추정했습니다.더 나아가 중생대 상당 부분의 산소 농도도 현재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부분은 기존의 연구 결과들과 다른 내용입니다. 이 주장에 의하면 공룡이 진화하던 환경인 트라이아이스 (2억 5000 만년에서 2억년 정도) 중기부터 중생대 대부분이 지금보다 산소 농도가 낮았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더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농도의 산소가 유리합니다. 따라서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지는 gigantism 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이론 가운데 하나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공룡의 진화에 있어서도 높은 산소 농도가 몸집의 거대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비결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연구는 이와 같은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진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중생대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두고 다시 한번 과학자계에서 논란이 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대형 척추 동물이 진화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라면 연구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사실대로 학계에 발표하는 것이 (물론 잘못된 연구가 아니라는 검증을 스스로 충분히 거친 후에 말이죠) 순리 입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다른 흥미로운 후속 연구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Ralf Tappert, Ryan C. McKellar, Alexander P. Wolfe, Michelle C. Tappert, Jaime Ortega-Blanco, Karlis Muehlenbachs.Stable carbon isotopes of C3 plant resins and ambers record changes in atmospheric oxygen since the Triassic. Geochimica et Cosmochimica Acta, 2013; 121: 240 DOI: 10.1016/j.gca.2013.07.01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