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kull of Teraphoneus from a Utah dig site that contained the bones of at least four individual tyrannosaurs. Credit: Bureau of Land Management Utah)
영화든 복원도이든 간에 티라노사우루스는 보통 혼자 사냥하는 폭군으로 묘사됩니다. 반면 영화 쥐라기 공원의 영향으로 랩터 (벨로키랍토르)는 늑대처럼 무리지어 사냥하는 영리한 공룡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육식 공룡이 혼자 사냥하는지 아니면 무리지어 사냥하는지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대형 초식 공룡의 경우 사냥에 성공하면 여러 개체가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나온다는 사실과 현생 육식 동물 가운데서도 무리 지어 사냥하는 부류가 여럿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소한 몇몇 육식 공룡은 무리 지어 사냥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벨로키랍토르는 물론이고 티라노사우루스과 공룡이 무리 지어 사냥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이런 행동 양식이 화석화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 토지관리국 (US Bureau of Land Management) 소속의 고생물학자인 앨런 타이투스 박사(Dr. Alan Titus)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타 주에 있는 레인보우 앤 유니콘 채석장 (Rainbows and Unicorns Quarry)에서 백악기 후기인 7700-7600만년 전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과 대형 수각류 공룡인 테라토포네우스 (Teratophoneus curriei)의 뼈 무더기를 확인했습니다.
테라토포네우스는 몸길이 6-8m, 몸무게 1-2.5t 정도의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으로 후에 등장하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보다는 작지만, 호랑이나 사자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대형 육식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초식 공룡을 쓰러뜨리면 여러 개체가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나온다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발굴에서 연구팀은 한 개체가 아니라 아마도 4-5마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테라토포네우스의 화석 표본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아마도 홍수나 토사에 휩쓸려 한꺼번에 화석화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대형 육식 동물은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자기 영역에 대한 요구가 강해서 우연히 여러 마리의 개체가 모여 있었을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무리를 지어 생활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다만 이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시점에 매몰되었다는 증거가 될 순 없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수 시 자주 휩쓸리는 장소에서 간격을 두고 여러 마리의 공룡이 희생된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논쟁을 배제하기 위해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이 공룡들과 주변 지층이 한 번의 매몰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물론 이번 연구는 티라노사우루스과 대형 육식 공룡 중 일부가 무리 지어 사냥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무리 지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형 고양이과 동물들은 대개 혼자 생활하지만, 사자는 무리를 짓는 것처럼 일부만 그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많은 동물들처럼 공룡 역시 무리 지어 생활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높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 증거를 찾아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cience/mass-grave-tyrannosaurs-pack-hunters/
https://peerj.com/articles/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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