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47 - 별안에 별이 있다? 기묘한 별 TZO




 최근 천문학자들이 1975 년 이후 이론적으로 예상되었던 기묘한 하이브리드 별의 후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1975 년 물리학자인 킵 쏜 (Kip Thorne) 과 천문학자인 안나 지트코프 (Anna Żytkow) 는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독특한 하이브리드 천체를 제안했는데 이는 천체는 쏜-지트코프 천체 (Thorne-Żytkow objects (TŻOs)) 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천체가 독특한 점은 사실상 별안에 별이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쏜-지트코프 천체는 그냥 겉보기에는 적색 초거성 (red supergiant) 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실은 두개의 천체가 같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주에는 두개 이상의 별이 서로 공전하는 형태의 쌍성계가 매우 흔합니다. 만약에 두개의 질량이 큰 별이 서로 공전하던 중 질량이 더 큰 쪽이 최후를 맞이하고 남은 부분이 중성자별을 형성한 경우에 이 두 천체가 매우 가깝게 되면, 중성자성이 이론적으로 동반성 안쪽으로 흡수되는 일이 가능합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사실 동반성도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여야 합니다. 즉 한쪽 별은 이미 운명하고 다른 한별은 적색 거성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적색 거성의 밀도는 사실 매우 낮아져 그 가스이 밀도는 지구 대기 밀도보다도 한참 낮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가까운 적색 거성 베텔게우스의 경우 예상 밀도가 지구 대기의 10만분의 1 수준입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20825440 참조)  


 이렇게 밀도가 낮아지는 대신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동반 적색 거성 주변에 매우 가까운 위치에 중성자별이 있다면 중성자별이 적색 거성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본래 별을 구성하던 대부분의 물질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중성자별의 질량은 당연히 태양보다 크지만 대신 동반 적색 거성보다는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성자별이 적색 거성에 삼켜지는 셈인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발생합니다. 


 중성자별은 밀도가 극도로 높은 대신 크기가 작고 적색 거성은 밀도가 극도로 낮은 대신에 크기가 매우 큽니다. 공기가 차있는 대기 중에 쇠구슬을 던지면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게 되듯이 중성자별도 밀도가 낮은 가스를 흡수하면서 별의 내부로 파고 들게 됩니다. 결국 적색 거성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부분인 핵과 중성자별은 합쳐지게 됩니다. 


 이제 중성자별에는 두가지 운명이 가능합니다. 첫번째는 이 합쳐진 질량이 Tolman-Oppenheimer-Volkoff 한계 (TOV limit) 를 넘는 경우로 이렇게 되면 블랙홀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별은 최후를 맞이하게 되겠죠. 두번째는 그 질량이 TOV 한계 밑인 경우로 이 경우 적색 거성의 핵이 중성자별로 대체됩니다. 갖 태어난 중성자별은 10 억 K 이상의 매우 뜨거운 상태인데다 그 표면 중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곧 이 중성자별로 모인 가스들은 다시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새로운 핵의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쏜-지트코프 천체는 이론에 의하면 통상의 적색 거성과는 다소 다른 스펙트럼을 보이게 됩니다. 이 천체에는 대단히 강한 중원소 및 리튬 라인 ( unusually strong heavy-element and Li lines present in their spectra) 을 방출하는데 이는 물론 생성 원리상 중앙의 중성자별이 강한 중력으로 핵 주변의 무거운 원소를 태우기 때문입니다. 


 물론 쏜-지트코프 천체는 매우 드문 존재입니다. 실제로 천문학자들은 그 후보가 되는 천체를 몇개 발견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콜로라도 대학의 에밀 레베스크 (Emily Levesque of the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와 로웰 천문대의 필립 마시, 캠브리지 대학의 안나 지트코프 (Philip Massey, of Lowell Observatory in Flagstaff, Arizona; Anna Żytkow of the University of Cambridge in the U.K), 카네기 천문대의 니디아 모렐 (Nidia Morrell of the Carnegie Observatories in La Serena, Chile) 은 6.5 미터 구경의 마젤란 클레이 망원경 (6.5-meter Magellan Clay telescope on Las Campanas, in Chile) 을 이용해서 이론에서 예측한 것과 같은 후보 천체를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HV 2112 이 속한 소 마젤란 은하.  The two-color image shows an overview of the full Small Magellanic Cloud (SMC) and was composed from two images from the Digitized Sky Survey 2. The field of view is slightly larger than 3.5 × 3.6 degrees. N66 with the open star cluster NGC 346 is the largest of the star-forming regions seen below the center of the SMC. Credit : ESA/Hubble and Digitized Sky Survey 2


 HV 2112 라고 명명한 이 천체는 지구에서 약 20 만 광년 정도 떨어진 소마젤란 은하에 있는 적색 거성으로 그 스펙트럼 분석에서 보통 적색 거성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루비듐, 리튬, 몰리브덴 (rubidium, lithium and molybdenum) 의 존재가 관측되었습니다. 이를 관측했던 모렐은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내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I don't know what this is, but I know that I like it!' 라고 언급했다고 하네요. 그것은 물론 오랜 세월 그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TŻOs 였습니다.


 앞으로 이 결과가 맞는 지에 대한 더 상세한 연구와 메카니즘이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천체가 가능하다면 꽤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은 실제로도 있다라는 격언 (아마도 블랙홀이 바로 과거 그런 존재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다시 입증되는 셈이니까요. 만약 이 연구 결과가 옳다고 입증된다면 이를 최초 제안했던 두 과학자에는 뜻하지 않았던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Emily M. Levesque, Philip Massey, Anna N. Zytkow, Nidia Morrell. Discovery of a Thorne-Zytkow object candidate in the Small Magellanic Cloud.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Letters, 201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