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49 - 악마별의 실체를 보다







 변광성이란 밝기가 변하는 별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한 별 중에 알골 (Algol (Beta Per, β Persei, β Per)) 이 있습니다. 알골은 2일 20 시간 49 분 (2.867 일) 간격으로 밝기가 2.1 등급에서 3.4 까지 변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주성인 알골 A (Algol) 주변을 알골 B (Algol) 가 공전하면서 그 앞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고대인들도 이 별이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알았기 때문에 이 별을 악마의 별 혹은 불길한 별로 여겼습니다. 알골이라는 뜻은 아라비아어의 라스 알 굴 (رأس الغول ra's al-ghūl), 즉 구울 (악귀) 의 머리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영어로는 악마의 별 (Demon Star) 라고 번역 되어 왔습니다. 히브리어에서는 사탄의 머리 (Rōsh ha Sāṭān) 라는 명칭으로도 불렸고 라틴어로는 유령의 머리 (Caput Larvae or "the Spectre's Head") 등 비슷한 의미의 뜻으로 불렸는데 이는 이 별이 페르세우스 자리에서 메두사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위에 있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알골이 매우 독특한 삼성계 시스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별인 알골 A 는 태양 질량의 3.59 배 정도 되는 별로 지름은 태양의 4.13 배, 밝기는 태양의 98 배에 달하며 분광형은 B8V 입니다. 알골 A 주변을 공전하는 동반성 알골 B 는 이보다 훨씬 작은 별로 태양질량의 0.79 배 정도 질량인데 지름은 태양의 3 배, 밝기는 3.4 배에 달합니다. (분광형은 K0IV) 알골 A 의 표면 온도는 9200 K 지만 알골 B 의 표면온도는 4500 K 정도로 낮고 밝기 또한 낮기 때문에 지구에서 봤을 때 알골 B 가 알골 A 앞을 지나면 어둡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골 B 의 존재는 처음에 천문학자들을 당혹시켰습니다. 왜냐하면 이 별은 이미 준거성 단계에 접어들어 부풀어 오른 별이기 때문이죠. 질량은 태양보다 작은데 크기는 태양보다 더 큰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질량이 더 큰 동반성 A 는 아직 주계열성 단계인데 왜 질량이 작은 B 가 먼저 준거성이 된 것일까요 ?  


 여기에 대한 가장 그럴 듯한 답변은 알골 B 가 부풀어오르면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공전하고 있는 알골 A 에게 대부분의 물질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본래는 두개의 별 가운데 알골 B 가 더 질량이 큰쪽으로 연료를 대부분 소진시키고 적색 거성으로 진화하는 단계인 준 거성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되자 불과 0.062 AU (약 930 만 km) 거리에서 공전하는 알골 A 가 알골 B 의 가스를 흡수해 거대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Algol B orbits Algol A. This animation was assembled from 55 images of the CHARA interferometer in the near-infrared H-band, sorted according to orbital phase. Because some phases are poorly covered, B jumps at some points along its path.

Algol (β Persei) is a triple-star system (Algol A, B, and C) in the constellation Perseus, in which the large and bright primary Algol A is regularly eclipsed by the dimmer Algol B every 2.87 days. The eclipsing binary pair is separated by only 0.062 astronomical units (AU) from each other, so close in fact that Algol A is slowly consuming the less massive Algol B by continually stripping off Algol B's outer layers. This animation was assembled from 55 images of the CHARA interferometer in the near-infrared H-band, sorted according to orbital phase. Because some phases are poorly covered, B jumps at some points along its path. The phase of each image is indicated at the lower left. The images vary in quality, but the best have a resolution of 0.5 milliarcseconds, or approximately 200 times better than the Hubble Space Telescope. (A milliarcsecond is about the size of a quarter atop the Eiffel Tower as seen from New York City.) Tidal distortions of Algol B giving it an elongated appearance are readily apparent. Tidal distortions also result in "gravity darkening" effects, whereby in a significant number of images of Algol B, the edge or "limb" of the image is actually brighter than the center. (Baron et al., 2012)   Credit : 
Dr. Fabien Baron, Dept. of Astronomy, University of Michigan. CC BY-SA 3.0)   


 알골 A/B 는 지구에서 약 92.8 광년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B 가 A 앞을 가리는 영상을 직접 디테일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12 년 카라 간섭계 (CHARA interferometer) 를 이용해 근적외선 H - 밴드 이미지를 통해서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200 배나 높은 해상도로 적외선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55 장의 이미지를 합친 것으로 이제는 낮은 밀도의 가스 덩어리인 알골 B 가 알골 A 를 지나면서 상호 중력에 의해서 모습이 변하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래 더 질량이 큰 알골 B는 부풀어 오르면서 외곽 가스를 잡아두는데 실패했고 이 가스들은 가까이 있는 동반성으로 대부분 흡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에서는 알골 B 의 외곽 부분이 오히려 더 두껍게 나타나는 현상도 보이는데 이는 알골 A 의 중력에 알골 B 의 가스가 아직도 끌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구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쌍성계의 공전 모습을 실시간으로 추적이 가능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알골 A/B 를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사실 알골은 삼성계입니다. 두 별로부터 2.69 AU 떨어진 지점에는 또 다른 주계열성인 알골 C 가 있습니다. 알골 C 는 태양 질량의 1.67 배에 달하는 별로써 지름은 0.9 배, 밝기는 4.1 배에 달하는 별입니다. 알골 C 는 681일을 주기로 알골 A/B 를 공전하며 위치상 서로 가리는 식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알골 A/B 와 알골 C 의 이미지   Algol triple star system imaged with the CHARA interferometer. The Algol system as it appeared on 12 August 2009. This is not an artistic representation, but rather is a true two-dimensional image with 1/2 milli-arcsecond resolution in the near-infrared H-band, reconstructed from data of the CHARA interferometer. The elongated appearance of Algol B and the round appearance of Algol A are real. The form of Algol C, however, is an artifact. Credit : Dr. Fabien Baron, Dept. of Astronomy, University of Michigan. CC BY-SA 3.0)    


 알골에 대해서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별이 730 만년 전에는 태양에서 9.8 광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 별의 겉보기 등급은 - 2.5 으로 지금의 시리우스 수준을 밝게 빛났을 것입니다. 당시 위치와 질량으로 보건대 일부 학자들은 알골이 오르트 구름에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메두사의 머리 부분에 위치한 별답게 여러가지 재미있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알골 시스템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인슐린 주사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

   당뇨병은 관리가 까다로운 만성 질병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 관리가 어렵습니다. 하루에 주사를 몇 번씩 맞아야 하면 찌르는 것도 고통이고 실수로 건너뛰거나 용량을 실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제약 회사들이 새로운 투여 방법과 인슐린 제제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2상 임상 시험을 마친 노보 노디스크 ( Novo Nordisk )의 인슐린 아이코덱 ( icodec )은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장시간 인슐린 제제입니다. 아이코덱은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는 변형 인슐린 분자로 혈액에서 알부민과 결합해 서서히 분리되기 때문에 한 번 주사로도 일주일이나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작용하는 인슐린 제제의 경우 환자의 식사나 운동 같은 상황 변화에 인슐린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2상 임상시험에서는 247명의 당뇨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실험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코덱을 투여받고 매일 위약을 투여받았습니다. 그리고 대조군은 반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위약을 투여받고 하루에 한 번씩 장시간 인슐린 제제인 란투스 (Lantus, glargine) 100U을 투여받았습니다.   26주에 걸친 임상 실험 결과 하루에 한 번 란투스를 투여받은 그룹이나 일주일에 한 번 아이코덱을 투여받은 그룹에서 특별한 합병증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혈당 조절의 지표인 당화 혈색소 (HbA1c) 농도 역시 아이코덱 그룹에서 1.33% 감소한 반면 란투스 그룹에서 1.15% 정도 감소해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실수로 두 번 투여하거나 건너 뛸 위험성이 적을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 New England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