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d is an early planula larval stage of the sea anemone Aiptasia (cyan nuclei and green stinging cells) preying on a crustacean nauplius (green) of the copepod Tisbe sp. Credit: Ira Mägele and Ulrike Engel)
최초의 동물이 적극적인 포식자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여과 섭식자에서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토마스 홀슈타인 교수 (Prof. Dr. Thomas W. Holstein of Heidelberg University) 가 이끄는 연구팀은 포식자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열대 바다에 널리 분포하는 말미잘 가운데 하나인 앱타시아 (Aiptasia)의 초기 발생 과정 및 유생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동물인 자포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다세포 동물의 진화를 연구하기에 적당한 모델입니다.
앱타시아 말미잘은 기본적으로 육식 동물이지만, 산호처럼 공생 조류를 통해 광합성에서 영양분을 얻습니다. 하지만 초기 유생인 플라눌라 (planula) 단계에서는 순수한 육식 동물로 자신과 크기에서 큰 차이가 없는 다른 생물을 사냥합니다.
연구팀은 앱타시아 말미잘의 초기 발생 단계부터 유생 단계까지 변화를 연구했습니다. 앱타시아 말미잘의 배아는 다른 다세포 동물과 마찬가지로 초기 세포 분열을 거쳐 공 모양의 포배 (blastocyst)가 된 후 한쪽이 움푹 들어가는 낭배 형성 (gastrulation)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때 소화 기관의 원형이 생기고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의 3배엽 구조가 형성됩니다.
말미잘 같은 강장동물은 별도의 입과 항문이 생기는 대신 이때 생긴 주머니가 소화기관이 강장이 되면서 먹고 남은 것은 다시 입으로 배출하는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앱타시아의 플라눌라 유생은 낭배와 흡사한 한쪽이 열린 주머니 형태로 가장 단순한 동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단계에서도 이들은 적극적인 포식자로 활약합니다.
연구팀은 현미경으로 보일 정도의 작은 크기인 앱타시아의 플라눌라가 50-80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요각류 (갑각류의 일종) 유생을 잡아먹기 위해 이미 단순한 신경계와 독을 쏘는 자포를 지녔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사진) 이렇게 작은 크기에도 광합성 조류와 공생하는 대신 포식자로 발생한 것은 초기 동물이 적극적인 포식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발생반복설로 유명한 에른스트 헤켈은 낭배 가설 (gastrula hypothesis)을 통해 초기 동물이 낭배를 이용한 여과 섭식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과 섭식은 해면 같은 동물에 더 적합한 방식이고 주머니 같은 구조가 생긴 것은 역시 다른 동물을 잡아먹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포식자 가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거의 지름이 비슷한 먹이를 삼키는 플라눌라 유생의 모습을 보니 말미잘이 생각보다 적극적인 포식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미세 조류와 공생을 선택한 이유는 정말 먹을게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튼 제 책인 포식자의 내용도 생각나는 연구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9-animal-evolution-predatory-lifestyle.html
Ira Maegele et al, A predatory gastrula leads to symbiosis-independent settlement in Aiptasia,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DOI: 10.1073/pnas.2311872120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