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 타계



 (1978년, 왼쪽에서부터 앤디 그루브, 밥 노이스, 고든 무어 )

인텔 창업자 가운데 하나일 뿐 아니라 무어의 법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고든 무어가 94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고인은 1965년 일렉트로닉스 매거진에 투고한 기사에서 무어의 법칙을 발표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역설적으로 그것 때문에 다른 많은 업적이 가려진 것도 있습니다.

고든 무어는 본래 어린 시절 화학 실험 세트에 매료되어 화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물리학과 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접합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노벨상을 받은 윌리엄 쇼틀리의 연구소에 취직했습니다. 하지만 곧 쇼틀리의 강압적인 방식에 반발한 젊은 과학자 8명이 집단으로 퇴사해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하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로버트 노이스와 함께 퇴사했던 고든 무어는 다시 자신들의 회사를 세워 우리가 아는 인텔을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노이스와 무어를 합쳐 NM 일렉트로닉스라고 했다가 집적 회로의 약자를 딴 인텔로 이름을 변경했는데, 훨씬 좋은 이름었습니다.

고인은 1965년 논문 형식의 기고문에서 매 해 집적회로의 복잡도가 두 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본래 이 예상의 기간은 10년이었으나 무어의 법칙은 지금까지도 반도체 업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고든 무어와 다른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프로세서 성능의 발전에 매우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고든 무어는 우연히 무어의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가 아니라 본인이 그 법칙이 가능하게 만든 전설적인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고든 무어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 간 인텔 CEO로 엤으면서 실리콘 밸리에서 인텔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습니다. 이후 앤디 그루브에게 CEO를 물려주고 1997년에는 이사회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나 적당한 시기에 세대 교체가 이뤄질 수 있게 했습니다.

고든 무어는 5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는데 2001년에 칼텍에 6억 달러를 기부하고 2007년에 30m 망원경 건설을 위해 2억 달러를 추가로 기부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뛰어난 과학자로 취미도 광물 수집이었을 만큼 학구적인 사람이었기에 대학과 기초 과학 연구에 많은 돈을 기부한 것입니다.

무어의 법칙이 나온지도 이제 5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반도체 제조 기술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무어의 법칙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2년에 두 배는 아니더라도 고든 무어 같은 수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에 의해 프로세서들은 점점 빨라지고 우리들은 그 혜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앞서 책 소개에서 고든 무어, 로버트 로이스, 앤디 그루브의 이야기와 인텔의 역사를 담은 인텔 트리니티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역사와 역경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인텔 트리니티: https://blog.naver.com/jjy0501/22092758113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