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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바다 아래 진화한 열수 분출공 미생물

 


(Enceladus black smoker at the Aurora Vent Field. Credit: HACON cruise 2021, REV Ocean)



(Aurora’s hydrothermal vents at Gakkel Ridge (Central Arctic). A snapshot of a hydrothermal vent (upper left corner, indicated by the red arrow) and chimneys (yellow-orange structures on the right) captured by the underwater camera system OFOS, which made it possible to identify the location of the hydrothermal vents field during expedition PS86. Credit: Cruise report)

깊은 바닷속에 있는 열수 분출공은 철, 망간, 구리 같은 다양한 금속과 황화합물, 메탄, 수소 같은 물질을 분출합니다. 당연히 바다 표면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존재는 최근에야 알려졌습니다.

과학자들은 무엇보다도 뜨겁고 황 같은 독성 물질이 많은 열수 분출공 주변 환경에 적응해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태양 에너지와 독립적으로 열수 분출공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을 이용해 에너지원으로 삼는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열수 분출공 생태계는 깊은 바닷속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지만,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됐습니다. 최초의 생명체가 이곳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은 물론이고 유로파나 엔셀라두스 같은 태양계 내 다른 위성에도 비슷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마시밀리아노 몰라리 (Massimiliano Molari from the Max Planck Institute for Marine Microbiology)가 이끄는 연구팀은 탐사선 폴라스턴 (Polarstern)을 타고 북극해와 남대서양 바다 아래 있는 열수 분출공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북극 바다 아래 2500m 깊이에 있는 열수 분출공은 접근이 매우 어려운 장소라서 과거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엔셀라두스나 유로파의 바다 아래 환경과 비슷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주목을 끄는 장소입니다.

연구팀이 이곳에서 주목한 미생물은 술푸리모나스 (Sulfurimonas)라는 미생물로 이름처럼 황화물 (sulfide)를 분해해 살아가는 미생물입니다.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며 뜨거운 열수 분출공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것이 이 미생물의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술푸리모나스인 USulfurimonas pluma는 (위 첨자 U는 uncultivated)는 열수 분출공 바로 옆이 아니라 열수 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온 열수 기둥 속에 있는 수소를 이용하는 세균으로 산소가 많은 환경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열수 분출공 바로 옆이 아닌 좀 떨어진 중간 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S. pluma의 존재는 열수 분출공 생태계가 주변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미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에도 비슷한 생태계가 있다면 열수 분출공에서 먼 곳에서도 적응해 살아가는 미생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들이 우리가 탐사선을 보냈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생명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 지구가 얼음 덩어리처럼 변했던 눈덩이 지구 시기에 (8억 5000만년 전 - 6억 3500만년 전) 지구 생명체가 이런 방식으로 열수 분출공 주변으로 진출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열수 분출공에서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life-underwater-volcanoes.html

Massimiliano Molari, A hydrogenotrophic Sulfurimonas is globally abundant in deep-sea oxygen-saturated hydrothermal plumes, Nature Microbiology (2023). DOI: 10.1038/s41564-023-01342-w. www.nature.com/articles/s41564-023-0134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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