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ceramics identified with high curd-content residues, indicating multiple dairy animals were used. Credit: University of York)
최초의 치즈는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알기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전승과 설화가 있기는 하나 분명한 사실은 생각보다 더 오래 전에 치즈를 만든 흔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치즈나 요거트의 등장은 가축화가 시작된 이후 그렇게 멀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크 대학의 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폴란드 중부에서 발견된 기원전 3650-3100년 시기의 신석기 후기 도기에서 여러 가지 동물의 젖으로 치즈를 만들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치즈나 요거트의 기원은 아마도 오랜 시간 우유를 보존하는 과정에서 우유가 꼭 상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식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시작됐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에 사용된 원시적인 도기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도기에 남은 단백질과 지질을 분석해 당시 후기 신석기인이 어떤 동물의 젖으로 치즈를 만들었는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소는 물론 염소나 양의 젖으로도 치즈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시기는 가축화가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로 지금 같은 젖소가 있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생산량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품종 개량이 이뤄지면서 소의 젖인 우유가 다른 가축의 생산량을 압도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 초기까지 중부 유럽인들은 아직 유당을 분해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는 성인도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 (lactase)를 생산하는 비율이 90%에 달하지만, 이 시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즈나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신석기 시대의 제조 기술은 매우 서툴 수밖에 없고 사실상 상한 치즈나 요거트를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엔 바로 짠 우유를 마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져 성인이 되서도 락타아제를 분비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로 이 지역에서 발견된 가축의 뼈를 분석한 결과 고기만 얻었던 것이 아니라 젖을 짜서 먹었던 것 같은 패턴 (젖을 짜냈다면 도축은 최대한 뒤로 미뤘을 가능성이 높음)이 나타나서 이번 연구 결과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가축은 귀중한 재산이기 때문에 한 번에 잡아서 먹는 것보다 매일 같이 젖을 짜내는 방향으로 개량했을 것입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우리가 우유를 비롯한 다양한 유제품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neolithic-ceramics-reveal-dairy-multiple.html
Detection of dairy products from multiple taxa in Late Neolithic pottery from Poland: an integrated biomolecular approach,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3). DOI: 10.1098/rsos.230124. 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os.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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