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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 마카크 원숭이는 초기 호미닌과 비슷한 석기를 만든다?


 

(Examples of sharp edged flakes produced unintentionally by long-tailed macaques. Credit: Proffitt et al, 2023)




(Example of a long-tailed macaque using a stone tool to access food. Credit: Lydia V. Luncz)

일부 영장류들은 인류의 오랜 조상처럼 돌이나 나뭇가지를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 가운데 의외로 사람과 가까운 편이 아닌 마카크 원숭이는 나무보다 다루기 힘들어 보이는 돌을 도구로 사용합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태국 팡응아 국립 공원 (Phang Nga National Park)에 서식하는 긴꼬리 마카크 원숭이 (long-tailed macaques, 학명 Macaca fascicularis, 게잡이 원숭이나 필리핀 원숭이 등으로도 알려짐)의 석기 제조 방식이 초기 호미닌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긴꼬리 마카크 원숭이의 다른 이름인 게잡이 원숭이를 생각하면 단단한 돌을 이용해 게를 잡고 단단한 껍데기를 부숴 먹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사실 이 원숭이의 주요 먹이는 단단한 씨앗이나 열매 같은 식물성 먹이 입니다. 물론 주로 깨서 먹는 것도 단단한 견과류 껍데기입니다.

그런데 단단한 견과류 껍데기는 아무 돌이나 잡고 그냥 때린다고 쉽게 벗겨지지 않습니다. 긴꼬리 마카크 원숭이는 망치와 모루 역할을 하는 적당한 돌을 고르는 재주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날카로운 돌조각을 만드는 재주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날카로운 석기들은 초기 호미닌이 만든 석기 도구와 거의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글을 읽으면서 그런가 하는 반응이었는데, 실제 뗀석기 (?)를 보니 진짜 원숭이가 만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수준입니다.

물론 이런 도구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해서 현생 인류처럼 고도로 발달된 지능을 바로 지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생 인류의 조상처럼 운이 좋은 경우라도 수백만년이 걸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 혹성 탈출이 생각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대 구조상 No 라고 하진 않겠지만, 500만년 후에는 긴꼬리 마카크 원숭이가 어떻게 진화했을지 궁금해지는 연구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similarities-stone-tools-early-humans.html

Tomos Proffitt et al, Wild macaques challenge the origin of intentional tool production, Science Advances (2023). DOI: 10.1126/sciadv.ade8159.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e8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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