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e with patterned blanket. Credit: Martin How)
얼룩말의 이상한 줄무늬 패턴은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에게 의문을 안겨 줬습니다. 언뜻 보기에 검정과 하얀색의 줄무늬 패턴은 오히려 멀리서도 잘 보이는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포식자의 눈을 속이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다른 초식 동물에서 보기 어려운 이상한 패턴이라는 점에서 과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이상한 무늬가 사실은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등에과 파리를 속이는 위장 패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브리스톨 대학의 과학자들은 말에 다양한 위장 무늬 패턴을 씌워 이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등에 (horse fly)는 소나 말 등의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는 파리과 곤충으로 모기 같은 다른 흡혈 곤충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질병을 옮깁니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얼룩말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문제임이 틀림 없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등에는 어두운 색을 선호합니다. 이들이 피를 흡혈하는 대부분의 대형 포유류가 어두운 단색의 털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선호도입니다. 만약 피를 흡혈하는 대상이 흰색의 털을 지니고 있다면 선호도는 반대가 될 것입니다. 얼룩말의 줄무늬가 효과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무늬를 적용해서 등에의 선호도 차이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할 수 있는대로 삼각형, 디지털 위장 무늬, 체크 무늬보다 교차로 나타나는 줄무늬가 가장 효과적인 위장 무늬였습니다.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무늬가 혼동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왜 얼룩말만 이런 패턴을 지녔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합니다. 연구팀이 생각하는 가설은 상대적으로 짧은 얼룩말의 털입니다. 등에가 쉽게 피부에 도달해서 흡혈할 수 있기 때문에 얼룩말은 다른 초식동물과 비교해서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장 무늬 패턴이 발달했다는 것입니다.
다들 생김새는 괴상하지만, 생물이 그렇게 진화한데는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얼룩말 역시 그런 경우일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2-experts-zebra-stripes-thwart-horsefly.html
Tim Caro et al, Why don't horseflies land on zebras?,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23). DOI: 10.1242/jeb.24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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