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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대형 영장류도 말라리아에 시달린다


 

(No one knows how many bonobos are left in the wild, but scientists estimate that there are between 29,500 and 50,000 individuals. Unless humans intervene in their preservation and in maintenance of their habitat, the apes could become extinct in the wild in less than a decade. Credit: Kathryn Judson)

사람과 (Hominidae)는 인간을 포함해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같은 대형 영장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과 가까운 사촌인 만큼 이들 역시 인간이 걸리는 질병에 취약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100% 같지는 않아서 일부 질병에는 인간보다 취약하고 일부 질병에는 인간보다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과 영장류가 인간을 제외하고 개체 수가 심하게 줄어들어 멸종 위기에 가까워지고 있어 전염병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 대학의 에밀리 우로블레우스키 교수 (Emily Wroblewski, an assistant professor of biological anthropology in Arts & Sciences at Washington University)가 이끄는 연구팀은 침팬지와 매우 가까운 근연종이면서 약간 작은 종인 보노보의 말라리아 감염을 조사했습니다.

사실 아프리카의 사람과 대형 영장류는 적어도 12종의 말라리아 원충 (Plasmodium)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들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넘어오거나 혹은 사람에서 이들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자도 문제이지만, 후자 역시 멸종 위기종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생 동물에서 말라리아 감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들이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야생 보노보 가운데 말라리아 감염이 확인된 무리와 아닌 무리를 찾아 유전자 차이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말라리아 유행 지역의 보노보들은 특별한 종류의 면역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Papa-B 유전자는 사람의 HLA-B*53과 비슷한 유전자로 심각한 말라리아 감염에서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유전자가 있다는 것은 자연 선택에 의한 것으로 이 유전자가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 말라리아가 보노보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말라리아 유행은 이들에게도 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연구팀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해결책을 찾은 수렴진화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보노보와 인간은 적어도 600-700만년 이전에는 갈라졌기 때문에 공통 조상에서 유래한 특징으로는 보기 어렵고 독립적인 수렴 진화의 사례일 것입니다. 인간과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한 대형 영장류가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2-malaria-infection-wild-african-apes.html

Emily E. Wroblewski et al, Malaria-driven adaptation of MHC class I in wild bonobo populations, Nature Communications (2023). DOI: 10.1038/s41467-023-36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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