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포유 동물의 고기를 적색육 (red meat)라고 합니다. 닭고기, 오리 고기 같은 조류의 고기, 그리고 생선이나 기타 해산물과는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식재료로도 다르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섭취는 당연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과도한 적색육 섭취는 심혈관 질환 및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연관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햄이나 소세지 같은 가공육입니다.
적색육과 가공육이 암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Neu5Gc(N-acetylneuraminic acid 같은 원인 물질도 지목되긴 했지만, 사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 상태입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124675977
다나-파버 암 연구소의 종양학자인 마리오스 기안나키스 (Dana-Farber Cancer Institute oncologist Marios Giannakis)가 이끄는 연구팀은 28만명의 건강 정보를 담고 있는 코호트 데이터에서 대장암이 생긴 900명의 환자의 유전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이 유전정보는 종양 조직의 전장액솜 분석 (whole-exome sequencing, WES) 결과로 단백질을 코딩하는 엑손의 부분만 분석한 것입니다.
전장액솜분석: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141438&cid=60266&categoryId=60266
그 결과 연구팀은 악성변화를 일이키는 유전적 변이인 알킬화 표지 (alkylating signature)가 적색육 및 가공육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항문쪽에서 가까운 직장, S자 결장의 암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주로 발견되는 변이는 KRAS p.G12D, KRAS p.G13D, PIK3CA p.E5454K로 낮은 생존율과도 연관이 있었습니다.
적색육이나 가공육이 이런 변이를 촉발해 정상 장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기전은 100% 이해되지는 않고 있지만, 가공육에 특히 풍부한 나이트로소화합물 (nitroso compound, -NO)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트로소 화합물은 대부분 발암성이 있는 화학 물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절대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섭취는 문제가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채식 위주 식단인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06-biological-links-red-meat-colorectal.html
Carino Gurjao et al, Discovery and features of an alkylating signature in colorectal cancer, Cancer Discovery (2021). DOI: 10.1158/2159-8290.CD-20-165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