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ur adjustable-height huts utilized in the study. Credit: Steve Lindsay)
모기는 성가시기만 한 게 아니라 각종 전염병을 옮기기 때문에 위험한 해충입니다. 특히 여름철이 아니라 1년 내내 모기가 출몰하고 옮기는 질병도 많은 열대 지방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모기 같은 해충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높은 곳에 집을 짓는 것입니다. 주로는 홍수 때문에 기둥 위에 집을 짓는 경우에 곤충의 침입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실제로 모기에 물리는 것을 방지해준다는 증거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영국 더럼 대학 (Durham University)의 스티브 린제이(Steve Lindsay)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잠비아에서 실제로 모의 주택을 지어 이 속설을 검증했습니다. 연구팀은 똑같이 생긴 작은 주택을 지상 0m, 1m, 2m, 3m 높이로 이동시킨 후 두 명씩 내부에서 잠을 자면서 방충망에 포획된 모기의 숫자를 조사했습니다. 각각의 주택은 일주일 단위로 높이를 서로 바꾸면서 특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아니라 높이에 따른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대로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모기에 물릴 가능성은 줄어들었습니다. 3m 높이에 있는 집은 모기가 출입할 가능성이 84%나 줄어들었습니다. 연구팀은 이것이 전혀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말라리아을 옮기는 모기 (이 연구에서는 Anopheles gambiae)가 주로 지상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찾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지상에서 높이 있을수록 공기 순환이 잘되고 바람이 잘 불어 모기가 사람을 감지하는 중요한 단서인 이산화탄소와 냄새가 쉽게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모기가 더 사람을 찾기 어렵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집을 높은 위치에 짓게 되면 모기 역시 여기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기가 조금 높이 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고층 건물에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국 모기를 보면 높이가 모든 모기를 막아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주택에도 살아보고 아파트에서도 살아본 경험으로 말하면 확실히 1층보다는 10층 이상이 모기 출현 가능성이 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잠비아 모기와는 달리 아파트 환경에 익숙한 한국 모기는 3m 정도는 쉽게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good-thinking/raising-huts-fewer-mosquito-bites/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if.2021.025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