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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기생충을 퇴치하는 곰팡이



 (Varroa destructor mites in a petri dish under a microscope after being exposed to the new strain of metarhizium fungi. Credit: Washington State University)




(Varroa mites seen living on a honey bee. Mites weaken bees' immune systems, transmit viruses, and siphon off nutrients. Credit: Photo by Scott Bauer, USDA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Low-temperature scanning electron micrograph of V. destructor on a honey bee host)



 바로아 응애 (Varroa destructor mite)는 꿀벌에 기생하는 작은 진드기로 꿀벌의 체액을 빨아 먹습니다. 영양분을 빼앗긴 꿀벌은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 등에 쉽게 감염되며 이것이 꿀벌 군집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바로아 응애 자체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생충이지만, 꿀벌을 밀집해서 사육하는 양봉업자들에게는 매우 무서운 해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절지동물이라 바로아 응애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힘들고 이들 역시 내성을 금방 키워 한계가 존재합니다. 



 워싱턴 주립 대학의 스티브 세퍼드 교수(Steve Sheppard, professor in WSU's Department of Entomology)와 포닥 연구자인 제니퍼 한 (Jennifer Han)이 이끄는 연구팀은 바로아 응애를 감염시키는 곰팡이인 Metarhizium를 이용해 꿀벌에는 해를 입히지 않고 바로아 응애를 제거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이 곰팡이는 다양한 곤충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해충 구제 목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551523788



 바로아 응애에 감염되는 마타히지움 곰팡이(Metarhizium brunneum)는 열에 약한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 온도가 높은 꿀벌집 안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합니다. 덕분에 바로아 응애는 곰팡이의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열에 잘 견디는 곰팡이를 만들기 위해 직접 진화 (Directed evolution)법을 사용했습니다. 27000마리의 응애에서 곰팡이를 키우고 검색해 가장 열에 잘 견디는 균주 (strain)를 분리한 것입니다. 



 참고로 꿀벌은 곰팡이에 대한 내성이 강해 이 곰팡이에 직접 감염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아 응애는 곰팡이 공격에 취약합니다. M. brunneum은 바로아 응애 몸 표면에 감염된 후 내부로 뚫고 들어가 안에서부터 바로아 응애를 먹어들어갑니다. 결국 바로아 응애는 죽은 후 곰팡이의 포자를 날리게 됩니다. 



 물론 이 균주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꿀벌을 도와주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성공한다면 내성 걱정없는 해충 구제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꿀에 들어갈수도 있는 만큼 사람에 무해한지도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5-fungus-mites-honey-bees.html



Jennifer O. Han et al, Directed evolution of Metarhizium fungus improves its biocontrol efficacy against Varroa mites in honey bee colonies, Scientific Reports (2021). DOI: 10.1038/s41598-021-89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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