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지구는 지금처럼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는 따뜻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모순입니다. 30-40억 년 전 태양은 밝기가 현재의 70-8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시 원시 대기의 강력한 온실 효과가 따뜻한 지구를 만들었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초기 지구 대기에는 지금처럼 산소나 질소는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와 메탄 처럼 온실 효과가 큰 기체 위주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대기 성분 중 온실 효과를 주도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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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쾰른 대학의 다니엘 헤르바르츠 박사 (Dr. Daniel Herwartz of the University of Colog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시기 온실 효과를 주도한 기체가 이산화탄소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초기 지구의 바닷물이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는 가설도 내놓았습니다.
연구팀은 30-40억 년 전 형성된 매우 오래된 암석을 조사해 당시의 환경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이 특히 집중한 부분은 산소 16과 산소 18 동위원소 비입니다. 이 동위원소 비율은 온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바다의 온도가 뜨거워서 증발량이 많을 수록 무거운 산소 18의 비율은 올라가게 됩니다. 따라서 당시 바다의 온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엔 판운동이 시작되기 전이라 대륙은 거의 없고 바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물의 온도는 해수 온도를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연구 결과 당시 바다 온도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운 섭씨 70도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고온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온실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체는 이산화탄소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인 대기 기압이 1기압 이상이라면 이 온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현재 대기 중 0.04%인 이산화탄소가 당시엔 거의 100% 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금성의 대기가 90기압의 고압 이산화탄소인 점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고농도 이산화탄소 대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본격적인 판 운동이 시작되기 전 지구에 육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출된 육지와 대륙이 있으면 이산화탄소가 석회암이나 혹은 생물학적 작용에 의해 석탄, 석유, 천연 가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활발한 지질 활동과 판 운동에 의해 탄소가 지각에 고정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당시 대기 중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는 생물의 광합성과 더불어 이런 지질 활동을 통해 지각에 고정됐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초기 지구의 온실 효과에 대한 의문을 모두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너무 오래 전 일이기 때문에 당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초기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지닌 외계 행성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5-extreme-greenhouse-effect-young-earth.html
Daniel Herwartz el al., "A CO2 greenhouse efficiently warmed the early Earth and decreased seawater 18O/16O before the onset of plate tectonics," PNAS (2021). www.pnas.org/cgi/doi/10.1073/pnas.20236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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