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PPIST-1 system compared to the Solar System; all seven planets of TRAPPIST-1 could fit inside the orbit of Mercury. NASA/JPL-Caltech)
지구에서 40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트래피스트 - 1(TRAPPIST - 1)은 매우 놀라운 행성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구형 암석 행성으로 생각되는 7개의 행성이 수성궤도보다 훨씬 안쪽에서 공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이 있는 행성도 있어 더욱 주목됩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전 궤도는 0.011-0.06 AU (지구 - 태양 간 거리)에 불과해 목성과 4대 위성을 보는 것처럼 너무 붙어있습니다. 이렇게 좁은 거리에 많은 행성이 존재하면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최근 이들의 궤도를 연구한 토론토 대학의 댄 타마요 (Dan Tamayo, a postdoc at U of T Scarborough's Centre for Planetary Science)와 그 동료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이를 검증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이 시스템은 100만년 이내로 충돌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은 궤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성 간의 충돌은 드문 일이긴 하지만, 우리 태양계 역시 초창기에 여러 차례의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구와 달의 경우에도 원시 지구와 테이아라는 화성크기만한 행성의 충돌로 형성되었다는 가설이 유력합니다.
아무튼 100만 년이라는 시간은 행성의 역사로 보면 매우 짧은 시기이기 때문에 생성된지 오래된 적색왜성 주변 행성계가 이런식으로 존재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궤도 안전성의 비밀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트래피스트 - 1 시스템은 완벽한 비율로 궤도 공명을 일으켜 서로 충돌을 피하고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를 찾으라면 목성 가까이에서 서로 공전하는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오가 4번 공전할 때 유로파는 2번, 가니메데는 1번 공전하는 식으로 서로 궤도 공명이 일어나 이들은 가까운 거리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궤도를 돌 수 있습니다. 목성과 위성 서로의 중력이 궤도를 유지시키므로 벗어날 우려가 없는 것입니다.
트래피스트 - 1 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밖에 있는 행성이 2회 공전할 때 안쪽에 있는 순으로 3회, 4회, 6회, 9회, 15회, 24회 공전하는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비율은 매우 정확하게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행성계가 박자를 잘 맞추지 못하는 느슨한 아마추어라면 트래피스트 - 1 시스템은 7개의 멤버 모두가 자신의 파트를 완벽히 연주하는 합주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ll seven members synchronizing their parts in nearly perfect time)
(동영상)
아마도 이 시스템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생성 단계서부터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화를 이루면서 공전할 수 있는 위치에 하나씩 행성이 들어서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겠죠. 이들의 만드는 우주의 하모니 속에 과연 생명체도 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